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시작과 논란의 발단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을 연결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특히 6번 국도의 극심한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양평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국토교통부의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되었습니다. 2021년 4월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초기 계획에서는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으로 설정되었으며, 이는 관광지인 두물머리와의 접근성을 고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되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변경된 종점 인근에는 김건희 여사의 모친 명의로 된 대규모 토지가 위치해 있었고, 이로 인해 특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김 여사 일가가 해당 지역에서 지가 상승이나 개발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제기되며,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습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를 “가짜 뉴스”로 일축하며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선언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와 드러난 문제점
2025년 3월 11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과 관련한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감사는 사업 중단 후 약 2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감사 결과, 용역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용역 업체가 제출해야 할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 보고서를 1차 용역 종료 시점까지 전혀 받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지시조차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용역 업체가 수행해야 할 편익 산정,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 평가 등의 핵심 과제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를 감독하지 않고 18억 6천만 원에 달하는 용역비 전액을 지급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서 종점 변경 관련 내용이 포함된 4쪽 분량의 문서가 고의로 누락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초 국토부는 이를 “실무진 실수”로 해명했으나, 감사 결과 고의적인 삭제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사업 과정에서의 투명성 부족과 정보 은폐 의혹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공무원 징계와 ‘꼬리 자르기’ 논란
감사 결과에 따라 국토부는 관련 공무원 7명에 대해 징계 및 경고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이 중 5명은 징계, 1명은 주의, 1명은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특혜 의혹의 핵심인 종점 변경 결정 과정이나 김건희 여사 일가와의 연관성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됩니다. 많은 이들은 이번 결과가 실무진 책임으로 문제를 축소하고, 상급자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를 회피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총사업비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약 6년간의 준비 과정과 수십억 원의 용역 비용이 투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중단된 현재, 2025년 예산안에서도 관련 예산 62억 4백만 원이 전액 삭감된 상황입니다. 이처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 사업이 명확한 책임 규명 없이 공무원 몇 명의 경징계로 마무리되자, 국민적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혜 의혹의 실체와 남은 과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중심에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소유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변경된 종점인 강상면에서 500m 거리에 위치한 김 여사 모친 명의의 토지는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하며, 이 지역이 개발 호재로 인해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국토부와 여당은 “종점 변경은 기술적 검토에 따른 결정”이라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지만, 야당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선 변경이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불필요하게 추진되었으며,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누가, 어떤 근거로 노선을 변경했는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이광희 의원은 “총사업비 1천억 원 이상 사업의 경우 예산이 15% 이상 증가하면 타당성 재조사가 필수”라며 절차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는 외압이나 특혜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역 업체의 역할과 추가 의혹
이번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담당한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2022년 3월 용역을 시작했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5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약 346건의 관급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당은 이를 두고 “정부와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며, 노선 변경이 업체와 정부 간 협력으로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동해종합기술공사는 2023년 7월 현장 설명회에서 “종점 변경은 기술적 검토 결과”라고 밝혔지만, 그 과정의 투명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용역 업체가 필수 과제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대금을 전액 지급받은 점은 관리 감독의 허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실무 부실을 넘어,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걸친 책임 회피와 불투명한 운영을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업체와 국토부 간의 관계,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해결 방안과 국민의 기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의 문제를 넘어, 공공 정책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시험하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일부 부실을 밝혀냈지만, 특혜 의혹의 핵심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과거 “대통령 일가의 토지를 매각해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가 투명한 절차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투입된 사업이 불명확한 이유로 중단되고, 책임은 실무자에게만 전가되는 모습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향후 유사한 논란을 방지하려면,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성과 객관적 검증이 필수적입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으며, 이를 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