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부진 여파…평택, 오랜만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재지정
경기도 평택시가 반도체 산업의 부진 여파로 인해 4년 9개월 만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다시 지정되었습니다. 한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던 이 지역은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평택의 현 상황과 그 원인, 그리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평택,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돌아오다
2025년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평택시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0년 6월 해제된 이후 약 4년 9개월 만의 재지정입니다. 미분양 관리지역은 미분양 가구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이 2%를 넘는 지역 중, 미분양 증가와 해소 지연 등의 조건을 충족할 때 선정됩니다. 평택은 이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지난해 1월 평택의 미분양 주택은 361가구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에는 6438가구로 무려 18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의 약 42.5%를 차지하는 수치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에 따라 분양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받으려면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었습니다.
반도체 산업 부진이 부른 결과
평택의 미분양 급증은 반도체 산업의 침체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삼성전자가 설비 투자와 공장 증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지역 경제에 타격이 이어졌습니다.
2024년 들어 삼성전자는 평택 내 일부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을 줄이고, 5공장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반도체 수요 감소와 재고 조정을 위한 조치로 해석되며, 지역 내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평택은 삼성전자 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들을 주요 수요층으로 삼아 아파트 분양이 활발히 이뤄졌던 곳이라, 산업 부진의 여파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지역 경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영향력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과거 평택은 GTX 연장 계획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호재로 인해 수도권 내에서도 저렴한 분양가와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가가 낮아져도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준공 후에도 입주가 저조한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삼성전자가 평택시에 납부하는 세수가 줄어들면서 지방재정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세수 기여도는 연간 1600억 원에 달했으나, 공장 가동률 저하와 투자 축소로 인해 2024년에는 그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들도 매출 감소를 호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노력
정부와 지자체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HUG는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으로 신규 분양을 억제하고,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다만, 임대주택 사업이나 소규모 주택 사업 등은 규제에서 제외되어 일부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수도권 전체로 미분양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비수도권에만 적용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과세 특례와 디딤돌 대출 금리 우대 등이 평택과 같은 수도권 지역에도 적용된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지역 주민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평택의 부동산 시장과 지역 경제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다면 미분양 문제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평택시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기반을 마련해 경제적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계된 협력 기업 유치, 인프라 확충, 그리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병행된다면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