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광을 잃은 파킹통장의 대명사, CMA…3% 금리 어디로 갔을까?
한때 직장인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테크의 기본으로 여겨지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최근 그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과거 3%대를 웃돌던 금리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금융 시장의 변화와 함께 CMA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새로운 자금 관리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CMA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그 변화를 이끈 요인을 살펴봅니다.
CMA, 파킹통장의 원조로 불리던 시절
CMA, 즉 종합자산관리계좌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으로,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안정적인 국공채나 단기 회사채 등에 투자해 운용합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보장하며, 예금처럼 고정된 금리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파킹통장’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파킹통장은 자동차를 주차하듯 자금을 잠시 맡겨두고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통장을 뜻하는데, CMA는 이 개념의 원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CMA는 은행의 일반 입출금 통장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단기 자금 운용의 대안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대 초반에는 연 3~4%대의 금리가 흔했고, 일부 증권사는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CMA는 급여를 관리하거나 비상금을 예치하는 용도로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금리 하락, CMA의 매력에 타격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CMA의 금리가 3%대를 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의 ‘CMA-RP 네이버통장’은 한때 국내 CMA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지만, 최근 금리를 0.3%포인트 낮추며 1000만 원 이하 구간은 연 2.75%, 초과분은 연 2.20%로 조정되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 2.45%,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연 2.40%, NH투자증권은 연 2.30% 수준으로 금리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리 하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2025년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증권사들은 CMA 금리를 잇달아 낮췄습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장 금리 전반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CMA의 수익률도 덩달아 하락한 것입니다. 이는 CMA가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저축은행 파킹통장과의 경쟁
CMA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은행에서 제공하는 파킹통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은 CMA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OK저축은행의 ‘OK읏백만통장’은 100만 원 이하 구간에서 연 4.5%, 500만 원까지는 연 3.5%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CMA의 평균 금리인 2%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은 조건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축은행은 증권사보다 신용도가 낮아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어,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면, CMA는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다만 대형 증권사의 경우 파산 위험이 낮아 이 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발행어음형 CMA, 여전히 경쟁력 있나?
CMA에는 크게 RP형과 발행어음형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RP형은 국공채나 우량 채권을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하며 안정성을 강조합니다. 반면, 발행어음형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한 단기 채권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현재 발행어음형 CMA는 RP형보다 금리가 높아 여전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4년 중반 기준, 발행어음형 CMA의 잔고는 18조 원을 돌파하며 단기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연 3.25%의 금리를 제공하며 발행어음형 CMA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 상품 역시 과거의 높은 수익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의 선택, 어디로 향할까?
CMA의 금리가 낮아지며 투자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파킹통장 외에도 인터넷은행의 고금리 통장이나 ETF와 같은 투자 상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스뱅크는 연 1.8%의 금리를 제공하며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2%대 초반의 금리를 제시합니다. 한편, 단기 자금을 굴리기 위한 파킹형 ETF는 예금자보호는 없지만 매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변화 속에서 CMA는 과거와 같은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금 규모와 리스크 수용 수준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CMA가 완전히 매력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3%대 금리가 사라진 지금, 다른 금융상품과의 비교가 필수적입니다.
미래 전망과 대응 방안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CMA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 상품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우선, 단기 자금을 운용할 때는 금리뿐만 아니라 유동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CMA는 여전히 편리한 자금 관리 도구로 기능할 수 있지만, 금리가 낮아진 만큼 다른 상품과의 조합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한, 증권사마다 제공하는 혜택이나 조건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꼼꼼히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증권사는 CMA와 연계된 투자 상품을 통해 추가 수익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금융 환경이 변동하는 가운데, 현명한 선택이 자산을 지키고 키우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