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와 급작스러운 번복의 시작
2025년 2월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이른바 토허제를 전격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민생 경제 활성화와 불필요한 규제 철폐라는 그의 시정 철학을 반영한 조치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불과 34일 만인 3월 19일, 오 시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토허제 해제를 번복하고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대상으로 다시 규제를 부활시켰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서울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권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집값이 상승했고, 이는 정책 결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오세훈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토허제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 토지나 주택 거래 시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강남 3구는 오랫동안 이 규제의 핵심 지역이었고, 해제 결정은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오 시장은 해제 당시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예상 밖의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사건의 전말과 그로 인한 파급 효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토허제 해제의 배경과 초기 기대
오세훈 시장이 토허제를 해제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첫째, 그는 지난 1월부터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해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비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는 2021년 재선 이후 그가 꾸준히 내세운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둘째, 강남 3구가 5년 넘게 토허제에 묶여 있으면서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고, 이는 반포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오 시장은 이를 해소하고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되찾고자 했습니다.
해제 발표 당시 오 시장은 "주택 시장이 자유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면서도 "투기나 독점으로 시장이 왜곡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의 정책이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균형 잡힌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한 것임을 시사합니다. 초기에는 이 결정이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특히 재건축과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며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토허제 해제 직후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며 가격이 들썩였고, 이는 실수요자보다 투기 세력의 움직임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잠실과 대치동 일대에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매매가가 2.7% 상승했고, 거래량은 한 달 만에 70%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는 오 시장이 예상했던 "이상 징후 없는 안정화"와는 거리가 먼 결과였습니다.
집값 급등과 정책 번복의 계기
토허제 해제 후 강남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은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서울시가 3월 초 해제 이후 한 달간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비율이 증가했고, 투기성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갭투자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의 주요 지표로 꼽힙니다. 오세훈 시장은 3월 19일 브리핑에서 "2월 거래 신고가 마감되는 3월부터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며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신속히 대응에 나섰습니다. 강남 3구뿐만 아니라 용산구까지 포함해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허제를 재지정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오 시장은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인근 자치구도 추가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이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원상 복구를 넘어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로, 정책의 방향이 급선회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번복은 금융당국의 대출 완화 정책과 맞물리며 더욱 논란이 되었습니다. 2025년 초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미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는 0.4%로 더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토허제 해제가 겹치며 강남 집값에 불을 지핀 셈이 되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사과와 비판의 목소리
3월 19일, 오세훈 시장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토허제 해제 이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정책 결정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순간이었습니다. 오 시장은 "예상 밖의 가격 급등 현상은 뼈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토허제 해제는 철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토허제 해제가 부동산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책의 신호라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40여 일 만에 정책을 뒤바꾼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며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이 이미 들썩이고 있을 때 규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시기적 판단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연결되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이라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강남 부동산 소유층의 표심을 의식한 결정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는 정책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시장과 시민의 반응
토허제 해제와 번복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와 시민들에게 혼란을 안겼습니다. 해제 초기에는 강남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며 호가가 치솟았고, 일부 매수자들은 상승장을 기대하며 거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규제가 복귀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한 강남구 공인중개사는 "고객들이 매물을 내놨다가 규제 소식에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실수요자들은 "투기꾼 때문에 집값이 더 올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니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X 플랫폼에서도 "오세훈이 투기 세력에 혜택을 줬다"는 비판과 "실책을 인정하고 수정한 건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옹호가 공존하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서울시의 과제
토허제 재지정은 단기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화라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에 금이 간 것이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단기 규제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늘지 않으면 시장 불안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서울시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신중한 정책 설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오 시장은 "시장의 비정상적인 흐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데이터 기반의 분석과 세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정책 변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2025년 3월 19일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습니다. 토허제 해제와 번복은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시장과 시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