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혼 출산 비율 70% vs 한국 4%…저출생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는 비혼 동거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전체 출생아의 약 70%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은 이 비율이 4%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두 나라의 이러한 극명한 차이는 저출생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제도적 환경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사례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의 비혼 동거 출산 현황과 정책을 비교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봅니다.
프랑스의 비혼 동거 출산, 어떻게 70%에 이르렀나?
프랑스는 유럽에서 합계출산율이 높은 국가로 손꼽힙니다. 2023년 기준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68명으로, 이는 유럽연합 평균인 1.5명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혼외 출생아 비율입니다. 2022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의 63.8%가 비혼 가정 출신이었고, 이 비율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70%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이는 프랑스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로 풀이됩니다.
1999년 도입된 시민연대협약(PACS)은 프랑스 비혼 동거 출산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습니다. PACS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법적으로 동거 관계를 등록하면 세제 혜택, 사회보장, 상속권 등 법률혼 부부와 유사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처음에는 동성 커플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이성 커플이 더 많이 활용하며 전체 혼인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2011년에는 프랑스 출생아의 55.8%가 결혼 밖에서 태어났고, 이 숫자는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프랑스는 또한 아이 중심의 보편적 복지 정책을 시행합니다. 가족수당, 보육 지원, 출산 휴가 등은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출생 후 부모 각각 6개월의 유급 출산 휴가를 보장하는 정책은 2024년부터 더욱 강화되었으며, 이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비혼 상태에서도 출산을 선택하는 데 부담을 줄여줍니다.
한국의 비혼 동거 출산, 왜 4%에 그치나?
한국의 상황은 프랑스와 극명하게 다릅니다.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혼외 출생아 비율은 2021년 기준 2.9%로, OECD 평균인 40.5%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습니다. 비혼 동거 출산 비율이 4% 수준에 불과한 이유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한계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 조건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과 혈연 중심으로 정의하며, 비혼 가정은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24만 9천 명 중 혼외 출생아는 약 1만 명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체 출생의 약 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비혼 동거 커플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 낙인도 큰 장벽입니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비혼 동거 커플의 51%가 부정적 편견이나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70%는 "비도덕적" 또는 "책임감 없다"는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혼 상태에서의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게다가 법적으로 동거 커플은 세제 혜택이나 보육 지원에서 소외되며, 이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프랑스 사례가 한국 저출생의 답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의 비혼 동거 출산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제도적 지원에만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 가족관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비혼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결혼 없이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지만, 이는 2015년 9.4%에서 상승한 수치로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프랑스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유럽 선진국은 비혼 출산을 통해 출산율을 유지하며, 이는 아이 중심의 복지 혜택 덕분"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함께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동거 커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출산 시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이를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종교 단체나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며, 결혼과 출산을 분리하는 데 대한 국민적 합의도 필요합니다.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중 결혼 의향이 없는 비율은 22.8%로, 경제적 부담과 전통적 역할 요구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는 비혼 동거가 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출산으로 이어지기 위한 환경은 아직 부족합니다.
저출생 해결을 위한 한국의 과제
한국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GDP의 3.6%를 가족 정책에 투자하며, 이는 OECD 평균(2.1%)보다 높습니다. 반면 한국은 1.3% 수준으로, 투자 확대와 함께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합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약 340조 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비혼 동거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이에 맞춘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통계청은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비혼 동거' 항목을 추가할 계획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실태 파악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산 후 경력 단절 우려(2023년 조사 72.2%)와 주거 불안정 등 젊은 층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프랑스처럼 비혼 출산을 장려하지 않더라도, 태어난 아이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은 출산율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경원 의원이 준비 중인 등록동거혼 법안처럼, 동거 신고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가족 다양성을 반영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제도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