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마저 집어삼켰다…안동 시내 향한 불길에 '주민 대피령'

2025년 3월 27일 아침, 경북 안동시의 하늘은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매캐한 냄새가 났어요." 안동에 사는 한 주민의 말처럼, 평화롭던 일상이 순식간에 재난으로 변했습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 시내를 향해 번지면서, 당국은 전 시민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이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안동 산불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주민들이 겪은 혼란과 대응 과정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며 여러분도 "만약 내가 저기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재난은 2025년 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화한 불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건조한 날씨와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겹치며 불길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처음에는 의성 지역에 국한되었던 화재가 24일 안동시 길안면으로 넘어왔고, 25일에는 풍천면과 남후면을 거쳐 시내 방향으로 다가왔습니다. 안동시는 27일 오전 10시 29분, "남후면 무릉리에서 시내 방면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라며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불길은 하루 만에 약 4500헥타르를 태웠고, 이는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헥타르) 이후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강풍은 불씨를 멀리까지 날렸고, 산악 지형 특성상 진화 작업이 어려워졌습니다. 산림 당국은 헬기 77대와 인력 3800여 명을 투입했지만, 짙은 연기와 변덕스러운 바람 때문에 진화율은 52%에 머물렀습니다. 안동 산불이 시내를 위협하게 된 결정적 순간은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였습니다. 이때 불길이 남후면을 넘어 도심과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까지 근접하며, 주민 대피령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안동시는 25일 오후 5시 5분, "관내 전역으로 산불이 확산 중이니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15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에게 내려진 이 대피령은 안동 역사상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민이 즉각 대피에 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길안면 백자리에 사는 서무장(65) 씨는 "집을 떠나면 내 평생 쌓아온 모든 게 사라질 것 같다"며 끝까지 집을 지키려 했습니다. 그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불길을 막으려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반면, 대피를 선택한 주민들은 체육관이나 인근 마을로 몸을 피했습니다. 운흥동 안동체육관에 모인 백자리 주민 김수연(88) 씨는 "88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힘겹게 다리를 주물렀습니다. 대피 과정에서 도로 통제와 연기로 교통이 마비되며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중앙고속도로 의성-서안동 구간과 서산영덕고속도로 일부가 차단되면서, 차량들이 시내로 몰려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습니다. 이처럼 주민 대피령은 필수적이었지만, 현장의 긴박함은 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역	대피령 발령 시각	피해 면적 (헥타르)	진화율 (3월 27일 기준)
안동시	3월 25일 17:05	4500	52%
의성군	3월 24일 12:00	1만2685	54%
청송군	3월 25일 17:30	5000	77%

위 표는 안동 산불과 인근 지역의 피해 상황을 요약한 것입니다. 안동의 경우, 시내 확산 우려로 대피령이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안동 산불은 단순히 산림만 태운 것이 아닙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불길에서 10킬로미터 이내로 접근당하며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25일 오후, 하회마을 주민들은 "즉시 저우리마을로 대피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을을 떠났습니다. 소방 당국은 기존 소방설비로 물을 뿌리며 불씨를 차단하려 했지만, 강풍으로 효과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상 공간도 위협받았습니다. 안동고등학교와 국립경국대학교 안동캠퍼스 근처까지 연기가 퍼지며 학생들이 대피했고, 벚꽃축제와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행사는 취소되었습니다. 주민들은 "봄이면 벚꽃 구경하러 오던 곳이 연기로 뒤덮였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불길이 시내를 향하며 시장과 주택가까지 위협받자, 많은 이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을까 두려워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왜 이렇게 큰불이 되었냐"는 질문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초기 진화가 늦었다"거나 "헬기가 부족했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림청은 발화 직후 헬기 57대를 투입했고, 27일에는 77대까지 늘렸습니다. 문제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점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 대구기상청은 "5mm 미만의 비가 내리겠지만 진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즉, 자연 조건이 대응을 어렵게 만든 주원인이었습니다.

또 다른 오해는 "대피령이 너무 늦게 내려졌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안동시는 불길이 시내로 근접한 25일부터 순차적으로 경고를 내렸고, 27일에는 전역 대피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불길의 속도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현장 대응이 무작정 느렸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동 산불은 일상을 집어삼켰지만, 주민과 당국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7일 오전, 진화 헬기의 긴급 투입으로 시내 확산은 일단 막혔습니다. 조선일보는 "도심 인근 불길이 잡혔다"고 보도하며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히 막대합니다. 의성, 안동, 청송을 합쳐 3만3204헥타르가 영향을 받았고, 주민들은 집과 추억을 잃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복구와 재발 방지입니다. "내 눈으로 불타는 걸 보고 싶다"던 서무장 씨처럼, 많은 이들이 상실감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번 재난을 통해 자연의 힘 앞에서 겸손해지고, 더 철저한 대비를 다짐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태를 어떻게 기억하고 싶으신가요? 안동의 봄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