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불길 속에서 드러난 재난 대응의 민낯
2025년 3월,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산불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풍을 타고 영남권 전역으로 번졌고, 산청과 울산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화재는 진화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입니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화면 속 연기와 불길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회에서는 여야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습니다. “재난 예비비를 삭감한 게 누구냐”며 책임 공방이 한창입니다. 과연 이 불길 속에서 정치적 논쟁만이 답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최악의 산불 사태 속에서 드러난 재난 예비비 논란을 깊이 파헤쳐 보고, 우리가 무엇을 되짚어야 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산불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다면 예산을 더 확보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 말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마음을 느꼈을 겁니다. 불길이 번지는 속도를 보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제때 손을 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면에는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본론: 재난 예비비 삭감, 그 시작과 결과
먼저 재난 예비비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는 정부가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비상 자금입니다. 화재, 홍수, 전염병 등 갑작스러운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망인 셈이죠. 2024년 정부는 이 자금을 4조 8000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조 400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당시 야당은 “지난해 큰 재난이 없어 예비비가 남아돌았다”는 이유를 들며 삭감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예산소위에 불참하며 반발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현재 가용 재원은 3000억에서 4000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경남과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이 축구장 1만 2000개에 달하고, 2022년 1조 원을 넘겼던 피해 사례를 떠올리면 이 금액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이 납니다. 예비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산불 진화에 필요한 헬기, 인력, 장비 투입이 지연되며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3월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며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뒤였습니다.
여야의 공방, 진실은 어디에
이 사태를 두고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재난 예비비를 삭감해 대응이 어려워졌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자금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를 열어 산불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국민 안전을 위한 예산은 다른 방식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추경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공방 속에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사실 예비비 삭감은 국회의 결정이었지만, 그 이후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산불이 발생한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진화율이 55%에 머물렀던 경북 의성의 경우, 헬기 59대와 인력 6700여 명이 투입됐지만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초기 대응 체계와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함께 점검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구체적 사례: 산청 산불과 예비비의 한계
이번 산불 사태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례 중 하나는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입니다. 3월 22일, 산불 진화에 투입된 대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직 소방관은 “진화대원의 보호 장비가 열악하다”며 분노를 표출했고, 이는 재난 대응 자금 부족이 장비 보급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합니다. 산청 산불은 진화율 70%까지 올랐지만, 지리산 일대 험한 지형과 강풍으로 불길이 다시 살아나는 ‘좀비 산불’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만약 예비비가 충분했다면 어땠을까요? 추가 헬기 투입이나 최신 장비 도입으로 초기 진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예비비 1조 원 이상이 투입되며 피해 확산을 막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자금 부족으로 유사한 대응이 어려웠고, 결국 주민 2만 3000명이 대피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예비비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데이터로 보는 재난 예비비의 현실
숫자로 이번 사태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 명확해집니다. 아래 표는 최근 3년간 예비비 편성과 사용 내역을 정리한 것입니다.
연도 | 편성 예비비 (억 원) | 사용 금액 (억 원) | 주요 사용 사례 |
---|---|---|---|
2022 | 48,000 | 10,000 이상 | 울진 산불, 구제역 |
2023 | 48,000 | 5,000 미만 | 소규모 재난 |
2024 | 24,000 | 3,000~4,000 (예상) | 현재 산불 사태 |
2022년과 비교해 2024년 예비비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피해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산불 영향 구역은 1만 4694ha로, 이는 축구장 약 2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예비비 삭감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해 바로잡기: 예비비만 있으면 해결될까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예비비만 충분했으면 산불을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은 반만 맞습니다. 자금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산불 진화 헬기 128대가 투입됐지만 강풍으로 운항이 어려웠던 점, 야간 진화가 미흡했던 점 등은 자금 외에 운영 체계의 문제도 크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여야 모두 “네 탓”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결론: 불길을 넘어 희망을 찾기 위해
최악의 산불 사태 속에서 여야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국민의 안전입니다. 재난 예비비 삭감 논란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예산 편성부터 집행까지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주변에서 작은 불씨를 조심하며 재난 예방에 동참해 주세요. 불길은 꺼질 수 있어도, 그 상처를 치유하려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