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의 배터리 산업, 이른바 K배터리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한때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전기차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 이른바 ‘캐즘’ 현상과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K배터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연 K배터리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2025년 3월 기준,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느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말부터 이어진 ‘캐즘’은 초기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된 현상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의 폭발적인 성장률은 둔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CATL과 BYD 같은 기업들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시장을 장악하며 K배터리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는 과거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로 고성능 시장을 공략하며 차별화를 꾀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상반기 기준 K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률은 5~7% 수준에 머물렀고, 이는 중국 CATL의 12~13%에 비해 낮은 수치였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축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K배터리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K배터리 기업들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미드니켈 배터리를 선보였습니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50~70%로 조정해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한 제품입니다. 이는 중국의 LFP 배터리와 가격 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온 역시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며,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배터리는 기존 대비 용량이 5배 이상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습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업계에서는 이를 ‘게임체인저’로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역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2030년까지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배터리의 부활 가능성은 기업 내부의 노력뿐 아니라 외부 환경에도 달려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K배터리에게 중요한 기회의 땅입니다. 2024년 6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SK온도 현대차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 내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또 다른 기회입니다. 2025년 2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던 인사이트는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K배터리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은 유럽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을 통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만큼 중요한 것이 원자재 공급망입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의 수급은 K배터리 기업들에게 큰 도전 과제입니다. 2025년 2월 서울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배터리 원자재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광물 자원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외교적 협력과 대체 소재 개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소재 기업들은 인조흑연 음극재와 양극재 생산을 확대하며 K배터리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인조흑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는 배터리 비용 절감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과제입니다.

K배터리가 다시 비상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술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부 시장의 기회를 활용하며,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5년 3월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K배터리 3사 CEO들은 “저점이 끝나가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차별화된 기술이 빛을 발한다면 K배터리의 부활은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이 상용화되면 K배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과 같은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ESS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K배터리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잠재력과 전략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술력, 글로벌 협력, 그리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