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기대 걸었던 평택, 미분양 6천 가구 급증 속 정부 지원 없는 현실

삼성전자에 기대 걸었던 평택, 미분양 6천 가구 급증 속 정부 지원 없는 현실

삼성전자에 기대 걸었던 평택, 미분양 6천 가구 급증 속 정부 지원 없는 현실

평택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화

경기도 평택시는 한때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확장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평택의 미분양 주택은 361가구에 불과했지만, 2025년 1월에는 6,438가구로 무려 18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경기도 전체 미분양 물량인 15,135가구의 약 42.5%를 차지하는 수치로, 평택이 부동산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주민과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며, 한때 '반도체 황금도시'로 불리던 평택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공장 지연이 불러온 파장

평택 미분양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 지연이 지목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인 수요 변화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며, 삼성전자 역시 설비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평택 4공장(P4)과 5공장(P5)의 공사 일정이 조정되면서 지역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초 삼성물산은 협력사들에게 평택 5공장 공사 중단을 요청한 바 있으며, 이는 지역 내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입 둔화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공사 전면 중단이 아닌 일정 조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장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은 이미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아파트 분양 시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2021년에는 미분양 물량의 80% 이상이 해소될 정도로 수요가 넘쳤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와 함께 공장 증설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분양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청약 단지들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미분양의 늪에 빠졌습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소외된 평택

평택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미분양 해소 지원 정책에서 제외되며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3,000가구 매입과 디딤돌 대출 금리 0.2%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비수도권에 한정되며, 평택과 같은 수도권 지역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심지어 수도권 내 미분양 주택 구매 시 디딤돌 대출 금리가 0.2% 인상되는 역차별 정책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평택의 현실과 맞지 않는 조치로 평가됩니다. 인구 60만 명에 달하는 평택의 미분양 규모는 부산(4,526가구)보다 많고 대구(8,654가구)의 절반 수준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라는 지리적 분류 때문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문제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평택과 같은 지역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과 그 의미

상황이 악화되자 평택시는 2025년 3월 10일부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이는 2020년 6월 해제된 지 4년 10개월 만의 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가구 수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 2% 이상 등의 기준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평택은 미분양 증가 속도, 해소 저조, 추가 발생 우려 등 모든 조건을 충족하며 심각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심사가 강화됩니다. 이는 신규 주택 공급을 억제하고 기존 미분양 물량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수요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매수를 미루는 관망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평택 브레인시티 인근 아파트의 경우, 864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94명에 그치는 등 청약 경쟁률이 1대 1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역 경제와 주민의 고충

미분양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시장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삼성전자 공장 건설이 지연되면서 현장 근로자 수가 줄어들었고, 이는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한때 활황을 누렸던 고덕신도시 상권은如今 침체를 겪고 있으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2년 전 삼성전자의 확장 소식에 기대를 걸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했던 주민들은 이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평택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합니다. "도시개발 사업과 반도체 공장 증설로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며 시장이 위축된 것입니다." 이는 평택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만큼, 외부 요인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대책 필요성

평택의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회복 여부와 삼성전자 공장 건설 재개 시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만약 2025년 하반기부터 공사가 재개되고 반도체 수요가 살아난다면, 미분양 물량이 점차 소진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지역 경제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미분양 주택에 대한 과세 특례를 서울을 제외한 지역으로 확대하거나,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평택시 또한 시행사 및 금융기관과 협력해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평택은 삼성전자와의 동행으로 성장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존도가 역설적으로 위기를 부르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투자자, 그리고 정책 결정권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미분양 문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과제입니다.

#평택미분양 #삼성전자 #반도체불황 #수도권부동산 #정부지원 #미분양관리지역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