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제도, 75년 만에 새로운 변화
2025년 3월 12일, 정부는 상속세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1950년 상속세법이 도입된 이후 75년간 유지되어 온 기존의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로 전환됩니다. 이는 상속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던 방식에서 각 상속인이 물려받은 금액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세 부담을 줄이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특히,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대상이 증가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상속 재산의 총액에 따라 세율이 결정되며, 상속인 수와 관계없이 동일한 세액이 적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 한 명이 10억 원을 상속받는 경우와 자녀 다섯 명이 50억 원을 각각 10억 원씩 나누어 받는 경우, 후자의 세 부담이 훨씬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정부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유산취득세란 무엇인가요?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유산세가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산정했다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개인의 몫에 따라 과세표준을 설정합니다. 이는 증여세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상속 재산이 분산될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져 누진세율에 따른 부담이 완화됩니다. 예를 들어, 20억 원의 상속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 둘이 나누어 받는 경우, 각자가 받은 금액에 따라 별도로 세금을 계산하게 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이 방식을 통해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춘 과세, 즉 '응능부담' 원칙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운영하는 24개국에서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며, 대부분 유산취득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제도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습니다.
공제 한도와 세 부담 변화
이번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제 한도의 조정입니다. 현재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 원과 자녀 공제 등을 합한 금액, 또는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합니다. 그러나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서 일괄공제는 폐지되고, 인적 공제가 확대됩니다. 구체적으로 배우자 공제는 최대 10억 원, 자녀 공제는 1인당 최대 5억 원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기존 자녀 공제액인 5천만 원에서 크게 상향된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상속 재산이 20억 원이고 배우자와 자녀 둘이 상속받는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1)에 따라 배우자가 10억 원, 자녀가 각각 5억 원을 받더라도 전체 재산에 대한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에 비해 유산취득세에서는 배우자가 받은 10억 원과 자녀가 받은 5억 원에 각각 공제가 적용되어 과세표준이 줄어듭니다. 결과적으로 세 부담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서울에서 10억 원대 아파트를 상속받을 경우, 현재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새 제도에서는 20억 원까지 세금이 면제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진 중산층 가구에 큰 혜택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사전 증여와 제삼자 기부 규정 개정
상속세 개편안에는 사전 증여 재산에 대한 규정도 포함됩니다. 현행법에서는 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된 재산을 상속 재산에 합산하여 과세합니다. 문제는 기부와 같이 제삼자에게 증여된 재산도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상속인이 실제로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도 세금을 납부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제삼자에게 증여된 재산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 조치는 받은 만큼만 세금을 내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생전에 자선단체에 5억 원을 기부한 경우, 기존에는 상속 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인이 세금을 부담했지만, 앞으로는 상속인이 직접 취득하지 않은 재산으로 간주되어 세금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이는 납세자 입장에서 보다 공정한 제도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8년 시행을 위한 준비 과정
정부는 이번 개편을 2028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2025년 중 법률 개정을 완료하고, 약 2년간 과세 시스템을 정비할 예정입니다. 기획재정부는 3월 중 관련 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4월 공청회를 거쳐 5월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입니다. 상속인별로 개별 세액을 산정해야 하는 만큼, 과세 행정의 복잡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번 개편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제도 개선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상속세 부과 대상 중 실제 세금을 납부하는 비율이 현재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체 상속세수는 연간 약 2조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납세자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정치권의 반응과 앞으로의 과제
상속세 개편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입니다. 여야 모두 상속세 부담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이견이 존재합니다. 특히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두고 정부는 미세 조정 수준을 제안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전면 폐지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혼 시 재산 분할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상속 시 배우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상속세율 조정, 공제 한도 확대 등 세부 사항에서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중산층 감세를 넘어 부유층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형평성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개편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
상속세 개편은 단순한 세제 변화를 넘어 사회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자산을 처분해야 했던 가구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녀 공제 확대는 다자녀 가정의 재산 이전을 용이하게 하여 저출산 문제와 간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습니다.
반면, 상속세수 감소는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는 복지 지출이나 공공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보완할 대안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 효과를 낼지, 아니면 부의 집중을 심화할지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