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작과 불똥의 기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러-우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 날은 단순히 두 국가 간의 갈등을 넘어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킨 날로 기록됩니다. 전쟁은 군사적 충돌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그리고 일상적인 재난 대응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산불 진화라는, 언뜻 전쟁과 무관해 보이는 분야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튀기 시작합니다. 이 불똥은 물리적인 화염의 잔재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제재와 공급망 붕괴에서 비롯된 간접적인 파장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광활한 삼림 지대와 농업 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전쟁 이전에는 산불 진화와 관련된 장비 및 기술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러한 협력은 중단됩니다. 더불어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는 산불 진화에 필요한 자원 공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글에서는 전쟁이 산불 대응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러시아산 장비의 멈춘 날개
러시아는 산불 진화용 헬리콥터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로, 특히 Ka-32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이 헬기는 대량의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과 험난한 지형에서도 운용 가능한 내구성으로 유명합니다. 한국 역시 산림청을 통해 다수의 러시아산 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봄철과 가을철 산불 빈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 헬기들의 운명은 급변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부품 수출과 기술 지원을 차단합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운용 중인 Ka-32 헬기들은 정기 점검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점검 주기가 도래한 헬기들은 격납고에 묶여 이륙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산불 진화 헬기 48대 중 약 30%에 해당하는 14대가 러시아산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부품 부족으로 가동을 멈춥니다. 이는 산불 대응 역량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힙니다.
헬기 유형 | 대수 | 상태 | 담수량 (리터) |
---|---|---|---|
Ka-32 (러시아산) | 14 | 일부 가동 중단 | 4,000 |
국산 헬기 (KAI) | 34 | 정상 가동 | 2,500 |
공급망 붕괴와 대응책의 한계
러시아산 헬기의 부품 수급이 막히자, 대체 방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헬기를 임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산림청은 369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추가 헬기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담수량을 기존 러시아산 헬기 이상으로 늘리려는 계획도 세웁니다. 예를 들어, 임차 헬기 중 일부는 최대 1만 리터의 물을 운반할 수 있어 단일 기체로는 더 큰 효율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전체 헬기 대수가 줄어드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동시다발적인 산불 발생 시, 헬기 숫자가 줄어들면 대응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군용 헬리콥터나 수송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지만, 이는 민간과 군의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추가 과제를 동반합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는 단기적인 임시 방편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냅니다.
환경으로 번진 불똥
전쟁의 여파는 단순히 장비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전투 지역에서는 산불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포격과 폭발로 인해 삼림이 불타고, 진화 작업은 전쟁 상황으로 인해 지연됩니다.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8만 헥타르 이상의 숲을 태웠다고 추정됩니다. 이는 전쟁 전 연간 산불 피해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러시아 역시 전쟁으로 인해 산불 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베리아 지역은 매년 대규모 산불로 몸살을 앓는데, 군사 자원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면서 진화 작업에 투입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집니다. 2023년 시베리아 산불 피해는 약 150만 헥타르로, 이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쟁이 환경 재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지역 | 연간 산불 피해 (헥타르) | 전쟁 전 (2021년) | 전쟁 후 (2023년) |
---|---|---|---|
우크라이나 동부 | 약 8만 | 8,000 | 80,000 |
시베리아 | 약 150만 | 125만 | 150만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접근
전쟁이 가져온 불똥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한국의 경우, 국산 헬기 개발과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KAI가 생산하는 중형 헬기는 러시아산 대비 담수량은 적지만, 부품 수급의 안정성과 유지 보수 편의성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이를 통해 외부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환경 재난에 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전쟁 중에도 산불 진화와 같은 인도적 활동은 중립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유엔이나 국제적 NGO를 통해 자원을 공유하고, 전투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환경 보호 노력이 가능하도록 협약을 맺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전쟁의 불똥이 더 큰 화염으로 번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가 시작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