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생 포유류에서 처음 확인된 조류인플루엔자
최근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발견된 삵 사체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 항원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야생 포유류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사례로, 학계와 방역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 3월 16일 해당 삵의 폐사체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고병원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추가 분석이 진행 중이며, 결과는 2~5일 내에 나올 예정입니다.
삵은 흔히 산이나 들판에서 야생조류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포식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염이 감염된 야생조류를 먹이로 삼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조류를 넘어 포유류로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조류인플루엔자란 무엇인가
조류인플루엔자는 주로 닭, 오리, 철새 등 조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며,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저병원성과 고병원성으로 나뉩니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빠른 전파력과 높은 치사율로 인해 가축 산업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에 검출된 H5형은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아형으로, 과거 인간에게도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철새 이동 시기를 전후로 야생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야생 포유류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생태계 내에서 예상보다 더 넓은 범위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됩니다.
삵 감염의 배경과 의미
삵은 고양이과에 속하는 작은 육식 동물로, 주로 설치류나 새를 잡아먹으며 생존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삵이 감염된 경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H5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조류를 먹은 것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조류와 포유류 간 종간 전파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너구리, 족제비, 오소리 등 다양한 야생 포유류 355건을 조사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결받았습니다. 이번 삵 사례는 그간의 조사 결과를 뒤바꾼 첫 번째 양성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점차 다양한 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생태계 내 감염 경로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속 조류인플루엔자와 포유류 감염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 전파된 사례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14종 111건, 2023년에는 32종 271건, 2024년에는 28종 100건의 포유류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여우와 수달, 미주 대륙에서는 곰과 물범, 일본에서는 밍크 등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바 있습니다.
특히 2023년 스페인 밍크 농장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은 바이러스가 포유류 사이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인간으로의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습니다. 국내 삵 사례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제적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역 당국의 대응과 전망
삵 사체에서 H5형 항원이 확인되자마자 환경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 즉시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현장에서는 긴급 방역 조치가 시행되었으며, 감염 지역 주변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었습니다. 고병원성 여부가 확정되면 추가적인 방역 범위 확대와 야생동물 관리 대책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철새 이동과 기후 변화로 인해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겨울철 철새가 국내에 머무는 시기에는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농가와 야생동물 서식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 포유류로 전파되면서 생태계 균형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삵과 같은 포식자가 감염되면 먹이 사슬을 통해 다른 종으로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는 야생동물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간 건강 측면에서도 주의가 요구됩니다. H5형 조류인플루엔자는 과거 인간 감염 사례가 드물게 보고되었으나, 치사율이 5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간 감염 사례는 없지만, 포유류 감염이 늘어나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적응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대비책
이번 삵 사례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전파 양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역 당국은 야생동물과 가축, 인간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철새 서식지와 농장 주변의 소독 작업, 야생동물 폐사체 수거, 그리고 바이러스 변이 여부를 추적하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시민들도 철새 도래지 방문을 자제하고,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예방에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실천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생태계와 인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한층 더 치밀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