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없는 키오스크,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카페에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터치스크린 키오스크가 손님을 맞이하며 빠르고 편리한 주문을 약속하죠. 하지만 이 기계 앞에서 당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음성 안내가 없어 메뉴를 읽을 수 없고, 휠체어 사용자는 화면이 너무 높아 손이 닿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벽 없는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 정책이 오히려 소상공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논란이 생긴 걸까요? 이 글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의 문제점과 그로 인한 졸속행정 비판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란 무엇인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인 단말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점자 블록,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화면,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높이 조절 기능 등이 포함됩니다. 2023년 1월 28일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장은 이러한 접근성을 갖춘 키오스크를 단계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특히, 2026년 1월부터는 기존 키오스크도 이를 준수하도록 교체가 의무화됩니다. 정책의 취지는 분명 훌륭합니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정책은 사회적 포용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높은 설치 비용과 짧은 유예 기간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접근성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정책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실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소상공인의 부담: 비용과 현실의 괴리
가장 큰 비판의 목소리는 소상공인들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설치 비용은 일반 키오스크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일반 키오스크가 약 1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면, 접근성을 갖춘 키오스크는 3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기기를 철거하고 바닥 공사, 전기 배선 정비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소상공인에게는 큰 재정적 부담이 됩니다.
대전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 씨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그는 2년 전 고객 요구로 일반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이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정부 지원금이 있다고 하지만, 약 100만 원은 자부담해야 하고 추가 공사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 씨는 “이미 직원들이 장애인 고객을 직접 도와주며 운영하고 있는데, 굳이 비싼 기기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소상공인들은 기존 운영 방식으로도 충분히 장애인 고객을 지원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법은 이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예산과 지원 규모가 제한적입니다. 2025년 기준,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은 전체 사업장의 일부만 커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위반 시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소상공인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이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항목 | 일반 키오스크 |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
---|---|---|
기기 비용 | 100만 원~200만 원 | 300만 원~700만 원 |
설치 공사비 | 50만 원~100만 원 | 100만 원~200만 원 |
정부 지원금 | 최대 50만 원 | 최대 200만 원 |
자부담 예상 | 100만 원 내외 | 200만 원~500만 원 |
장애인의 현실: 여전히 높은 접근성 장벽
정책의 핵심 목표는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 이용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02개 키오스크 중 64.7%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점자 기능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높이 조절 기능은 3.1%에 불과했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화면은 단 1개뿐이었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이전의 상황이지만, 정책 시행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시각장애인 손지민(41) 씨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그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려 했지만, 점자 블록도, 음성 안내도 없어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손 씨는 “키오스크가 없는 식당을 외워서 찾아갈 정도”라며, 새로운 기기 설치가 장애인의 실질적인 편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인 최순덕(57) 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키오스크와의 거리가 멀어 화면에 손이 닿지 않았고, 확인 버튼은 너무 높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주문을 포기하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책이 장애인의 실제 사용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법은 접근성 기준을 제시하지만, 이를 충족하는 기기가 현장에 얼마나 보급되었는지, 실제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별도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장애인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졸속행정의 근본 원인: 준비 부족과 현실성 결여
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정책이 졸속행정으로 비판받는 걸까요? 첫째, 정책 준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소상공인, 장애인 단체, 키오스크 제조업체 등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나 설문조사가 부족했습니다. 2022년 6월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도, 중소기업의 재정적 부담이나 단계적 적용의 문제점이 깊이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정책이 법제화된 후에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미흡해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둘째, 정책의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50㎡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상시 지원 인력이 있다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면제됩니다. 하지만 이는 소상공인이 직접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키오스크의 접근성 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시에 따르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기가 시장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윤영찬 의원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가격이 2,000만 원에 달해 민간 보급이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셋째, 정책의 유예 기간이 짧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2026년 1월까지 기존 키오스크를 교체해야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고 설치할 시간적·재정적 여유가 부족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은 소상공인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급하게 추진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대안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먼저,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원금 규모를 늘리고, 세제 혜택이나 저리 대출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배리어프리 설비 도입 시 세액 공제를 제공해 소상공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둘째, 키오스크 접근성을 높이는 대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현재 스마트폰의 와이파이·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키오스크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앱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키오스크를 교체하지 않고도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정부는 이런 기술의 보급과 교육을 지원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장애인의 실제 사용 경험을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장애인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키오스크의 설계 기준을 정하고, 설치 후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와 배스킨라빈스는 2022년 국정감사에서 접근성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음성 안내와 높이 조절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결론: 모두를 위한 디지털 포용을 향해
장벽 없는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은 모든 사람이 디지털 서비스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재정적 부담,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 정책의 현실성 부족 등으로 인해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소상공인, 장애인 단체가 함께 협력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포용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은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