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제치며 세계 6위 수준에 올랐지만, 11년째 3만달러대에 갇혀 있습니다. 경제 성장의 한계와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해봅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일본을 넘어선 한국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6,624달러로 집계됩니다. 이는 일본의 3만 5,793달러를 약 800달러 가량 앞선 수치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는 한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넘어선 2023년에 이어 두 해 연속 우위를 점한 결과입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수준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성과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놀라운 변화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의 약 4배에 달했지만,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사이 한국은 빠르게 격차를 좁혔습니다. 특히 2017년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는 이미 일본을 추월한 바 있으며, 명목 기준으로도 2023년부터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숫자만 보면 승리를 자축하기에는 다소 이릅니다. 국민소득 증가의 이면에는 원화 가치 하락과 같은 환율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2024년 평균 환율은 약 1,350원/달러로, 전년 대비 원화 가치가 약화되며 명목 소득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11년간 멈춘 성장, 3만달러의 벽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3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국은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넘어가는 데 4년, 일본은 3년이 걸린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10년간 혁신 부족을 지적하며,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3만 1,489달러였던 국민소득은 2024년 3만 6,624달러로 증가했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약 1.4%에 불과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성장은 거의 정체된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저성장에 빠졌지만, 최근 민간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일본 경제 성장률은 1.1%로 예상되며, 한국의 1.6%보다 낮지만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한 회복입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성장 정체의 원인,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경제가 3만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와 투자의 여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둘째,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부진입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IT 산업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약합니다. 반면, 일본은 디지털화와 탈탄소 관련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보이며,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늘고 있습니다.
셋째, 과도한 수출 의존도입니다. 2025년 KDI 경제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8%로 전년(6.9%) 대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경기 둔화와 통상 환경 악화가 주요 원인입니다. 이는 내수 기반이 약한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2024년 가계부채 비율은 93.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높은 주거 비용과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을 줄이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제와 전망
한국이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합니다. 노동 시장 개혁과 리스킬링 지원을 통해 생산가능인구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2025년 최저임금을 1,500엔으로 올리는 등 임금 인상 정책을 지속하며 실질소득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산업 구조의 다변화가 중요합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AI와 로봇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한국은 ICT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또한, 내수 경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민간 소비는 2025년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금리 인하와 정국 안정에 의존한 결과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6%로 예상됩니다. 이는 2024년 2.0%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3.3%)에 비하면 여전히 저조합니다. 일본을 앞선 국민소득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결론: 숫자 너머의 과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선 것은 분명 성과입니다. 그러나 11년째 3만달러대에 머무는 현실은 경제 구조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환율에 의존한 명목 수치 증가가 아닌, 실질적인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은 고령화, 생산성, 산업 구조 등 다층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에서 교훈을 얻고, 동시에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다면 4만달러 시대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는 숫자만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그 숫자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