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 비서 시리 업그레이드 일정 조정: 2026년을 기다리며

애플이 자사 음성 비서 시리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지 약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6월 WWDC에서 공개된 '애플 인텔리전스'는 시리를 단순한 명령 수행 도구에서 한 단계 진화시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더 자연스럽고 맥락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은 이 핵심 기능의 출시를 당초 계획보다 늦춰 2026년으로 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iOS 18.4 업데이트와 함께 2025년 봄에 선보일 예정이었던 이 기능은 이제 최소 1년 이상 추가로 기다려야 합니다.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더 잘 이해하고 앱 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리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조정은 애플의 철저한 품질 관리 방침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애플이 시리 업그레이드 일정을 미룬 이유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신과 업계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시리 기능은 기존 인프라와의 통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iOS 18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이 기술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앱 간 연동을 통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백엔드 시스템 구축이 예상보다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둘째, 내부 조직의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는 애플의 AI 팀이 리더십 혼란과 엔지니어링 과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팀 내 리더십이 부족해 개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핵심 기능의 완성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은 과거에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출시를 연기한 전례가 있습니다. 2016년 에어팟 출시가 2개월 늦춰졌고, 2017년 에어파워는 아예 취소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애플이 AI 기술 개발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시리의 새로운 기능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으로, 단순한 음성 명령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지연으로 인해 이 비전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애플이 시리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동안, 경쟁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통해 AI 비서의 성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알렉사 업그레이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 갤럭시 기기의 맞춤형 기능을 강조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AI 비서 시장이 단순한 음성 인식 단계를 넘어, 개인화와 지능화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애플의 시리는 오랜 시간 동안 기본적인 기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1년 아이폰 4S와 함께 처음 소개된 이후, 시리는 음성 명령과 간단한 작업 수행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경쟁사의 AI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시리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졌으나, 일정 연기로 인해 시장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사용자들은 더 자연스럽고 복잡한 대화를 처리할 수 있는 비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이번 연기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경쟁사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시리 업그레이드 연기는 애플 사용자와 시장에 여러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아이폰 사용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새로운 경험을 2025년이 아닌 2026년에나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iOS 18 업데이트의 매력을 다소 떨어뜨릴 수 있으며, 특히 AI 기능을 기대하며 기기 업그레이드를 계획했던 이들에게 실망을 안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 측면에서는 아이폰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아이폰 매출은 약 1% 감소한 바 있습니다. 연간으로도 2022년에 비해 2%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번 연기가 매출 둔화趨勢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애플은 이를 의식한 듯, 연기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애플은 과거 미완성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품질을 우선시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이번 결정 역시 장기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시장에서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팀 쿡 CEO는 지난해 시리를 "개인 인텔리전스"로 정의하며, 애플의 다음 큰 도약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애플은 이번 연기를 통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리를 경쟁력 있는 AI 비서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6년 출시가 iOS 19 또는 iOS 20과 맞물릴 가능성을 언급하며, 더 큰 그림 속에서 시리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또한, 애플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알리바바와 협력해 현지화된 AI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시리의 미래는 단순한 음성 비서를 넘어, 사용자의 디지털 삶을 관리하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앱 간 연동, 개인 데이터 활용,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인프라와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애플이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결국, 이번 연기는 애플이 AI 시대에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사용자 신뢰를 유지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2026년, 시리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