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5년 만에 롯데쇼핑 이사회 복귀와 그 의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의 등기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립니다. 이는 2020년 3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부문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롯데쇼핑은 2025년 3월 24일 서울 롯데마트맥스 영등포점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이번 복귀는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그룹의 미래 전략과 유통 사업의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신동빈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배경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결정은 여러 맥락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2020년 당시 신 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계를 제출하며 이사회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는 당시 롯데그룹 계열사 8곳에서 등기이사직을 수행하며 과다 겸직 논란이 불거진 상황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이후 신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경영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롯데쇼핑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은 13조 9,8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731억 원으로 6.9%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자산 재평가에 따른 손상 인식으로 당기순이익은 9,842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회장의 복귀는 유통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그룹 전체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복귀에 대해 “유통 부문이 그룹의 핵심 축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을 이번 주총에서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대신 롯데쇼핑을 포함한 4개 계열사의 이사직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롯데쇼핑의 현재와 과제
롯데쇼핑은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국내 유통 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롯데쇼핑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의 매출은 2021년 15조 5,811억 원에서 2022년 15조 4,760억 원, 2023년 14조 5,559억 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규제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아왔으며, 일부 지자체에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지역 상권과의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에 롯데쇼핑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 3,000억 원, 영업이익 1조 3,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식품 사업과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집중하며, 싱가포르에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신 회장의 복귀는 이러한 장기 전략을 직접 챙기며 실행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책임경영과 그룹 전체의 방향성
신동빈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롯데쇼핑뿐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의 경영 방향과도 연결됩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최근 3개월간 약 3조 원 규모의 부동산과 사업을 매각하거나 매물로 내놓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롯데쇼핑 역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며 자산 효율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폐점했으며, 부산 센텀시티점 등도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신 회장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룹의 리더로서 직접 나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려는 모습입니다.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은 물론,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유통 부문은 롯데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신 회장의 리더십이 향후 그룹 전체의 안정성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총회와 향후 전망
오는 3월 24일 열리는 롯데쇼핑 정기 주주총회는 신동빈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외에도 여러 안건을 다룹니다.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이사의 재선임과 김원재 롯데유통군HQ 재무지원본부장의 신규 선임이 예정되어 있으며, 사외이사로는 조현근 전 풀무원샘물 대표, 히로유키 가나이 도키와코퍼레이션 CEO, 정창국 에코비트 CFO가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이번 주총은 롯데쇼핑의 경영진 구성을 새롭게 정비하며 신 회장의 복귀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향후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지휘 아래 유통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온라인 사업 강화가 주요 과제가 될 것입니다. 신 회장이 과거 롯데쇼핑에서 20년간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복귀가 어떤 성과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