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가처분 일부 승인…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대결 예고
최근 법원이 고려아연과 관련된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집중투표제는 효력을 유지하게 되었고,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 및 영풍 연합 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번 법원 판단은 양측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아래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배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3월 7일,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 결정은 지난 1월 2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들 중 집중투표제 도입만 효력을 유지하고,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효력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사 수 상한 설정,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은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해 영풍 지분을 매입하며 상호주 규제를 발동시켰지만, 법원은 SMC가 유한회사로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영풍의 의결권이 배제되지 않았더라도 찬성률이 69.3%에 달해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집중투표제란 무엇인가
집중투표제는 기업의 이사 선출 방식 중 하나로,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받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1주를 가진 주주가 5명의 이사를 선출한다면 총 5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은 최윤범 회장 측이 지분율에서 열세인 상황에서도 소수 주주의 지지를 끌어모아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MBK와 영풍 연합은 지분 40.97%를 확보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어, 기존의 과반수 득표 방식으로는 유리한 입장이었습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집중투표제가 유지되면서 양측 모두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월 주총에서 예상되는 표 대결
이달 말로 예정된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는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의 결정으로 영풍의 의결권이 복구되며 MBK와 영풍 연합은 최대 40.97%의 지분을 활용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최윤범 회장 측은 약 34%로 추정되는 우호 지분을 기반으로 집중투표제를 활용한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면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고려아연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연대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추가 지지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MBK와 영풍 측은 이사 후보를 더 많이 추천해 과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의 경제적·산업적 의미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국가핵심기술과 첨단전략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국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MBK가 단기 수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라는 점을 들어 기술 유출과 인력 감축 우려를 제기하며 방어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반면 MBK와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를 목표로 내세우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풍은 최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신설 유한회사 와이피씨(YPC)에 현물 출자하며 주총에서의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장기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기업의 과제
법원의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습니다. 집중투표제 유지로 인해 주총에서의 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양측 모두 소수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약 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 경우 그 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동시에 MBK와 영풍 연합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 계획을 제시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총은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고려아연의 미래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