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이후 뜨거워진 강남…서울시, 한 달 만에 재지정 가능성 검토

토허제 해제 이후 뜨거워진 강남…서울시, 한 달 만에 재지정 가능성 검토

토허제 해제와 강남 부동산 시장의 급등

2025년 2월 12일, 서울시는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포함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격 해제했습니다. 이 결정은 약 4년 반 동안 이어져 온 규제를 풀며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는데, 그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해제 발표 직후부터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불과 한 달 만에 서울시는 다시 규제를 되돌릴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더하고 있습니다.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은 최근 몇 년간 보기 드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025년 3월 둘째 주 기준으로 송파구는 0.72%, 강남구는 0.69%, 서초구는 0.62% 상승하며 약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잠실동의 대장주 아파트인 리센츠 전용 84㎡는 해제 직전 26억 5000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2월 14일에는 27억 5000만 원으로 1억 원이나 뛰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토허제 해제가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제 이후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유입되며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방식)가 늘어나는 등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며 재지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해제 결정의 배경과 즉각적인 반응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완화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5년 1월 14일 "특단의 시기에 선택된 토지거래허가제는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주춤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잠실동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 소위 '엘리트' 단지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었고, 일부 집주인은 매도 후 더 높은 가격대의 지역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 후 일주일간 하루 2~3통씩 매수 문의가 쏟아졌다"고 전하며, 매도 의향과 가격 협상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등으로 확산하며 집값 상승세를 부추겼습니다.

특히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투자 목적의 매수세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띕니다. 기존에는 토허제 하에서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2년간 실거주해야 했기에 전세 매물로 내놓기 어려웠지만, 규제가 풀리자 지방 투자자들도 강남권 아파트를 임대 수익용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전세 공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낳았으나, 동시에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열기

토허제 해제의 파장은 강남3구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2025년 2월 24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4억 원이나 올랐습니다. 이는 불과 2주 만에 이루어진 변화로, 강남발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전염되는 '키맞추기' 현상을 보여줍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5년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766건으로, 이는 지난해 8월 6537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강남 외곽 지역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에서도 보합 또는 상승 전환 조짐이 나타나며,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이 오르면 서울 전체가 따라가는 구조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패턴"이라며, "토허제 해제가 이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불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와 대선 등 장기적인 변수가 더해지면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재지정 검토와 정책 혼선 논란

집값 급등 조짐이 뚜렷해지자 서울시는 불과 한 달 만에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2025년 3월 10일 "아파트값 상승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유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해제 결정이 시장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준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해제 후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허위 매물 표시나 담합 등 거래질서 교란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불붙은 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를 풀어놓고 이제 와서 단속한다고 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만 느낄 뿐"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시는 또한 해제 이후 집값 상승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5년 2월 28일 발표에서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일대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거래량은 늘었으나 평균 거래 가격은 하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별 단지의 신고가 거래를 반영하지 않은 평균치에 의존한 분석으로, 시장의 실제 분위기와는 괴리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토허제의 실효성과 향후 전망

토허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이번 해제로 다시 불거졌습니다.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강남권 집값 상승이 금리, 수요 공급 불균형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지 토허제만으로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해제 이후 갭투자 의심 거래가 2배 이상 늘어난 점은 제도의 억제 효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상승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강남권은 수요가 워낙 탄탄해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금리 인하와 공급 부족이 이를 뒷받침할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단기 급등 후 숨고르기 조정이 올 수 있다"며, 재지정 논의가 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책 결정의 일관성과 타이밍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토허제 재지정이 현실화된다면 시장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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