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첫걸음, 늦깎이 스타의 탄생
축구 선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나이는 보통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주민규라는 이름은 이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바꾼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1990년 4월 13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습니다. 덕성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고, 이후 대성중학교와 풍생중학교를 거치며 실력을 다져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신고등학교에서 임근재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연마했고, 한양대학교에 진학해 대학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미래를 밝게 비췄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규의 프로 데뷔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정식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고양 Hi FC에 번외 지명으로 입단하며 힘겹게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의 이름은 축구 팬들에게 낯설었고, 주목받는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에서 2시즌 동안 56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활약했고, 이는 이후 그의 경력을 꽃피우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포지션 변신, 새로운 도약의 시작
주민규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5년 서울 이랜드 FC로의 이적이었습니다. 당시 마틴 레니 감독은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183cm의 신장에 88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 선택은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이었습니다. 서울 이랜드에서 첫 시즌, 그는 3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2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6월 3일 부천 FC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 상주 상무에서 군 복무를 수행하며 K리그1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17년과 2018년, 44경기에서 21골을 기록하며 상무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습니다. 군 제대 후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꾸준히 실력을 입증했고, 2021년에는 제주에서 22골을 터뜨리며 K리그1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이는 그의 첫 번째 리그 타이틀이었고, 늦게 피어난 꽃이 얼마나 강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국가대표 꿈, 마침내 이루어지다
주민규의 국가대표 발탁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결실이었습니다. 2015년 EAFF 동아시안컵 예비 명단에 포함되었으나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고, 이후 오랫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는 모든 축구 선수의 꿈이다. 은퇴할 때까지 이 꿈을 놓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꿈은 2024년 3월 11일, 만 33세 333일의 나이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태국과의 2026 FIFA 월드컵 2차 예선 명단에 포함되며 그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령으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로 기록되었습니다.
당시 임시 감독이었던 황선홍는 주민규의 발탁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최근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없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그의 꾸준한 득점력과 경기장 안에서의 존재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2024년 6월 6일,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그는 김진수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습니다. 만 34세 54일, 최고령 득점 기록까지 세운 그는 늦게 피어난 별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증명했습니다.
K리그의 자부심, 대전 하나 시티즌으로
2025년, 주민규는 대전 하나 시티즌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2월 15일 K리그 개막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는 그가 여전히 리그 정상급 공격수임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대전 팬들은 그를 "돌아온 영웅"이라 부르며 열렬한 환영을 보냈고, 그는 팀의 부주장으로서 리더십까지 발휘하며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단순히 골을 넣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강력한 피지컬을 활용한 몸싸움과 박스 내에서의 뛰어난 위치 선정, 그리고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는 그를 다재다능한 공격수로 만듭니다. 팬들은 그를 "한국의 해리 케인"이라 부르며, 손흥민과의 호흡에서도 기대감을 나타냅니다. 그는 싱가포르전 후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 선수인 손흥민에게 배울 점이 많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의 장점을 흡수하고 싶다"고 말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꾸준함이 만든 기적,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
주민규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노력의 산물입니다. 프로 데뷔가 늦었고, 국가대표 발탁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2023년 울산 현대 복귀 시즌에는 17골을 기록하며 팀의 K리그1 우승과 함께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는 그의 두 번째 타이틀이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된 것도 그의 꾸준함을 보여줍니다.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그는 대표팀에서 더 큰 역할을 꿈꾸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오히려 더 강렬하게 빛나는 그는 축구 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늦은 때란 없다"는 그의 말처럼, 주민규는 앞으로도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