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각성…트럼프가 불러일으킨 ‘자주국방’의 바람
최근 몇 년간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며,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에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자국의 안보와 국방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자주국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가 촉발한 독일의 국방 의식 변화를 살펴보고, 그 배경과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트럼프의 NATO 비판과 독일의 반응
트럼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NATO 동맹국들에게 지속적으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했습니다. 그는 독일이 GDP(국내총생산)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라는 NATO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2017년 5월, 그는 독일을 향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방위비는 GDP의 약 1.2% 수준에 머물렀고, 이는 트럼프의 불만을 더욱 키웠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독일 내에서 엇갈린 반응을 낳았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국민은 미국의 요구를 과도하다고 여겼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는 2017년 G7 정상회의 이후 “유럽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고 발언하며, 자주적인 안보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압박이 독일의 국방 논의에 불을 지핀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자주국방 논의의 시작과 변화
독일은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 역할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나치 시절의 기억과 냉전 시대의 분단 경험은 독일이 군사력을 키우는 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국제 안보 환경이 변화하면서, 독일 내부에서도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현 독일 총리는 전쟁 발발 직후 “시대적 전환(Zeitenwende)”을 선언하며, 국방비를 GDP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는 독일이 NATO 기준을 충족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의 압박이 없었다면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가능했을지는 의문입니다.
독일의 국방 예산과 현실
2025년 3월 기준으로 독일의 국방 예산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독일 연방의회는 약 520억 유로(약 62조 원)의 국방 예산을 승인했으며, 이는 GDP의 1.5% 수준에 해당합니다. 여전히 NATO의 2%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큰 진전입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기금을 조성하며 군사적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물도 존재합니다. 독일 연방군(Bundeswehr)은 장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2023년 독일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투기와 탱크의 가동률이 낮고, 신병 모집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주국방을 실현하려면 예산 증액뿐 아니라 군사 인프라와 인력 충원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럽 안보와 독일의 역할
독일의 자주국방 논의는 유럽 전체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은 경제적, 정치적 리더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제 군사적 책임도 요구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재임 시절, 그는 유럽연합을 “독일의 도구”라며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독일이 유럽 안보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주장해왔고, 독일은 이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과 프랑스는 공동 군사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FCAS)는 양국의 군사적 연대를 상징합니다. 독일이 자주국방을 실현하면, 유럽의 안보 균형이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트럼프 2.0과 독일의 대비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며 ‘트럼프 2.0’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는 여전히 NATO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취임 이후, 트럼프는 “NATO가 공정하지 않다”며 독일을 다시 한번 겨냥했습니다. 이에 독일은 이미 트럼프의 재선을 대비하며 외교적, 군사적 준비를 해왔습니다.
미하엘 링크 독일 대서양관계조정관은 2024년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와의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독일은 국익을 지키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는 트럼프 진영과 비공식 접촉을 늘리며,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정책이 독일의 자주국방 의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래를 향한 독일의 길
독일의 자주국방은 단순히 군사력 증강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국제적 책임을 재정립하는 과정입니다. 트럼프의 압박은 독일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안보 문제를 직면하게 했고, 러시아의 위협은 그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방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2024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60% 이상이 국방비 증액을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앞으로 독일은 NATO와 EU라는 틀 안에서 자국의 역할을 재조정하며, 자주국방을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트럼프가 촉발한 변화의 바람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새로운 안보 질서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일이 이 도전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21세기 유럽의 운명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