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물려받았는데 상속세 60%라니…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한국 상속세율의 높은 벽
최근 한국에서 기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들이 자녀에게 회사를 넘기려 할 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최대 60%에 달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일반 상속세율 50%에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 평가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 가치가 100억 원이라면 상속세로 약 60억 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높은 세율은 기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며, 결국 매각이라는 선택지를 강요받게 됩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025년 3월 기획재정부에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낮추자는 제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는 과도한 세 부담이 가업 승계를 방해하고,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매각을 부추긴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인들이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회사를 팔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세계와 비교한 한국의 상속세 부담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아예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15개국에 달하며, 상속세가 있는 23개국 중에서도 한국의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되면 실질적인 세율은 60%까지 치솟아 단연 1위로 올라섭니다. 반면, 미국은 40%, 독일은 30%, 프랑스는 45%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상속세 비중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은 0.7%로 OECD 평균(0.2%)의 3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상속세 부담이 단순히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중산층과 중견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00년 상속세 대상자는 1,389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9,944명으로 약 14배 증가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합니다.
가업 승계의 어려움과 기업 매각 사례
상속세 부담은 특히 가업 승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서 시계 제조업을 운영하던 한 중소기업은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이전한 사례가 있습니다. 창업주가 35년간 일궈온 기업의 공장 부지가 50억 원으로 평가되며, 상속세만 25억 원에 달하자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이처럼 높은 세율은 기업을 지키려는 의지를 꺾고, 해외 이전이나 매각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또 다른 예로, 연매출 1,00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을 운영하던 A씨는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했지만, 상속세로 수백억 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그는 기업을 매각하고 자산을 현금화해 해외로 떠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상속세가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상속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높은 상속세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임동원 책임연구위원은 “상속세가 중산층까지 부담하는 세금이 됐다”며, “기업이 매각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이는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세율이 높아지면서 기업 오너들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배당 성향은 2022년 기준 20.1%로, 미국(40.5%)이나 일본(36.5%)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제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전문가들은 상속세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는 2024년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 제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자녀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하며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이를 ‘부자 감세’로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경제 6단체는 상속세율을 30%까지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한 뒤 자본이득세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캐나다나 호주처럼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중 과세 논란을 줄이고 기업 승계를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징벌적 세율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유산 취득 방식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업과 국민을 위한 균형점 찾기
상속세는 원래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기업의 존속과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변질됐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반면, 상속세를 완화하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상속세를 내는 2만 명보다 상속을 포기하는 3만 명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결국 상속세 문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의 공정성 인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과도한 세 부담으로 기업이 매각되거나 해외로 떠나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동시에, 세제 개혁이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공제 확대와 같은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2025년 3월 현재, 이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