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마무리: 어피니티 지분 매각의 의미와 전망
2025년 3월 7일, 교보생명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 간 7년간 이어져 온 풋옵션 분쟁이 드디어 막을 내립니다. 이번 분쟁 해소는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소식은 금융 업계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에 걸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분쟁의 배경과 진행 과정, 합의 내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7년간 이어진 분쟁의 시작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간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 2,000억 원에 인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 GIC, IMM PE, EQT 등 4개 재무적 투자자(FI)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주당 24만 5,000원에 해당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계약 조건에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속된 기한 내에 IPO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8년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주당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합니다. 이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해당 가격이 과도하다며 이를 거부했고, 이후 양측은 법적 다툼과 협상의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분쟁은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과 미래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합의의 전환점: 지분 매각과 가격 조정
2025년 3월 6일,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한 지분 9.05%와 4.50%를 각각 신한투자증권과 SBI그룹 등 금융사에 매각했다고 발표합니다. 거래 가격은 주당 23만 4,000원으로, 이는 2012년 투자 원금인 주당 24만 5,000원보다 1만 1,000원 낮은 금액입니다. 당초 어피니티가 요구했던 41만 원과 교보생명 측이 제시한 19만 8,000원(2023년 자사주 매입 기준) 사이에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은 결과로 보입니다.
이 가격은 초기 투자금보다 낮아졌지만, 어피니티와 GIC는 그간 교보생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감안하면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며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어피니티의 새로운 리더십 체제 하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협상이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결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4개 펀드 중 2곳이 자금 회수를 결정하며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분쟁 해소 과정과 주요 이해관계자
이번 합의는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오랜 갈등을 끝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됩니다. 교보생명 측은 신한투자증권과 일본계 SBI그룹을 매수자로 내세웠으며, 실질적으로는 신창재 회장이 해당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로 진행되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SPC(특수목적회사)는 자금 대출을 통해 거래를 지원했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신 회장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그의 결단이 두드러집니다.
한편,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주주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해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타결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어피니티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밝힙니다. 이는 양측이 갈등을 넘어 상생의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남은 과제: IMM PE와 EQT의 움직임
어피니티와 GIC의 지분 매각으로 분쟁의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완전한 종결까지는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컨소시엄에 속한 IMM PE와 EQT는 각각 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IMM PE는 투자 회수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과 공동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원금 보전을 이유로 주당 31만 원 이상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신창재 회장은 EY한영을 제3의 평가 기관으로 선정해 풋옵션 가격 산정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만약 이 가격이 IMM PE와 EQT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협상이나 중재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가격 차이가 10% 이상일 경우 제3의 기관이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됩니다.
교보생명의 미래와 금융지주사 전환
이번 분쟁 해소는 교보생명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줍니다. 그동안 풋옵션 문제로 지연되었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주요 경영 과제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조대규 대표는 “이제 지주사 전환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금융지주사 전환은 교보생명이 보험업을 넘어 종합 금융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자회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IPO가 실현되면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오너 3세로의 승계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교훈
이번 사례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 재무적 투자자와 기업 간 협력 및 갈등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어피니티와 교보생명은 초기 투자 계약에서부터 가격 산정까지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며 긴장 관계를 이어왔지만, 결국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는 다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생명보험 업계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보생명은 이번 분쟁 해소를 계기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지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와의 신뢰 회복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