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7년간의 풋옵션 갈등 해결: 새로운 전환점 맞이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오랜 갈등이 드디어 하나의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7년 동안 이어져 온 풋옵션 분쟁이 최근 지분 매각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신창재 회장을 비롯한 교보생명 경영진은 큰 부담을 덜어냈습니다. 이번 합의는 교보생명이 앞으로의 경영 전략을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금융지주사 전환과 같은 중대한 계획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쟁의 배경과 진행 과정, 그리고 그 결과가 교보생명과 금융 업계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풋옵션 분쟁의 시작과 전개
교보생명과 재무적 투자자 간의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IMM프라이빗에쿼티, EQT파트너스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총 1조 2,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당시 주당 가격은 24만 5,000원으로 책정되었으며,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약속된 시한 내에 IPO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8년 컨소시엄은 주당 41만 원에 풋옵션을 행사하며 신 회장에게 지분 매입을 요구했습니다. 신 회장은 이 가격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후 양측은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됩니다.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두 차례에 걸친 중재 판정이 있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갈등은 장기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과 미래 계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7년 만의 합의: 지분 매각과 그 의미
2025년 3월 7일,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일부 구성원 간의 합의가 발표되었습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9.05%를 일본계 SBI그룹에, 싱가포르투자청은 4.5%를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매각 가격은 주당 23만 4,000원으로, 이는 초기 투자 원금인 24만 5,000원보다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이번 매각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으며, 남은 투자자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 역시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교보생명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특히 신창재 회장은 최대 경영 리스크를 해소하며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매각 과정에서 SBI그룹과 같은 우호적인 주주가 새롭게 등장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분쟁의 경제적 배경과 타협의 이유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된 데에는 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생명보험 업계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성장 동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 규모는 2020년 월평균 24조 8,154억 원에서 2023년 19조 6,473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교보생명의 영업이익 역시 2014년 6,537억 원에서 2023년 6,190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실적 하락이 뚜렷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컨소시엄이 요구한 주당 41만 원은 신 회장 측에 과도한 부담으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투자자들은 13년간의 배당 수익을 통해 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한 상태였기에, 주당 23만 4,000원이라는 현실적인 가격에 타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장기 분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실리를 선택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교보생명의 미래 전망
이번 합의는 교보생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그동안 풋옵션 분쟁으로 미뤄졌던 금융지주사 전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와 같은 주요 계획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협상이 성사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지주사 전환과 미래지향적인 도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신 회장은 SBI그룹과 같은 우호 세력을 통해 경영 안정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거나 2022년 동남아시아 벤처캐피털 펀드 조성을 협력한 바 있어, 이번 지분 매각이 단순한 거래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10.46%에 대한 협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투자 회수 지연과 국민연금 등 공동 투자자의 원금 보전을 이유로 주당 31만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신 회장과의 가격 협상이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교보생명에게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확립한 신 회장은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습니다. 금융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