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을 강조했으나, 2025년 2월 외환보유액이 4100억 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환율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벌어진 이번 상황을 분석하며, 그 배경과 영향을 살펴본다.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 붕괴, 4년 9개월 만의 최저
2025년 3월 6일, 한국은행은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09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대비 18억 달러 감소한 수치로, 2020년 5월 4073억 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르내리며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 달러화 약세로 기타 통화의 환산액이 증가했음에도,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규모 확대가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은 3573억 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46억 4000만 달러 줄었으며, 이는 전체 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창용 총재의 자신감, 현실과 충돌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여러 차례 외환보유액의 충분함을 강조해왔다. 2022년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그는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유사시 대응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또한, 같은 해 5월에는 “현재 400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환율 변동성과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그의 장담은 빛이 바랜 모습이다. 특히 2024년 말부터 이어진 원화 약세는 외환보유액 관리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졌다.
환율 급등의 배경, 무엇이 문제인가
외환보유액 감소의 주요 원인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정치적 혼란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창용 총재는 2024년 12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당분간 환율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인정하며, 경제 시스템의 정상 작동을 강조했다. 여기에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강달러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원화 가치 방어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외환스왑과 같은 조치를 적극 활용 중이다.
외환보유액 감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외환보유액은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4100억 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외환보유액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신중한 관리를 주문했다. 반면, 한국은 순채권국이며 대외신인도가 높다는 점에서 당장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의 대응과 한계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한도 증액은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1월 말 외환보유액이 4156억 달러로 소폭 회복한 것은 금융기관의 달러 예치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환율 안정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창용 총재는 과거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 준비된 계획에 따라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상황은 그의 예상보다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제 변수가 얽히며 단기적인 해결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전망과 필요한 조치
2025년 한국 경제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 소진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인 안정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경제 프로세스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창용 총재는 2024년 12월 “정치 상황과 별개로 경제 문제에서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BIS 총재회의에서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 총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결론: 위기 속 기회로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 붕괴는 이창용 총재의 자신감에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이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환율 변동성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행의 정책적 유연성과 정부의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앞으로의 행보가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