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본사, 정말 5000억 원 가치일까? 허름한 외관의 비밀
롯데건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은 고층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번화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자리 잡은 본사 건물은 화려한 외관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최근 이 건물이 약 5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평가되며 매각 계획이 발표되자, 많은 이들이 외관과 가치의 괴리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있습니다. 대기업 본사라면 흔히 떠오르는 고층 빌딩의 이미지와 달리, 롯데건설 본사는 왜 이렇게 소박해 보일까요? 그 이유를 역사와 현재 상황을 통해 알아봅니다.
잠원동 본사의 역사와 상징성
롯데건설 본사는 1978년에 준공된 건물로, 1980년부터 회사의 중심지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곳은 원래 롯데그룹이 건설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상징적인 장소와 연결됩니다. 바로 롯데건설이 시공한 최초의 아파트인 ‘설악아파트’가 인근에 위치했던 점입니다. 설악아파트는 1977년 준공 당시 456가구 규모로, 롯데가 건설업에 진출하며 쌓은 초석이었습니다. 이후 이 지역에 본사를 두며 회사의 뿌리를 지켜온 셈입니다.
건물 자체는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연면적 약 1만6653㎡에 달합니다. 2004년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는 현대적인 사무실로 탈바꿈했지만, 외관은 여전히 1970년대 건축 양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30층 이상의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낮고 낡아 보이는 인상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박한 외관 뒤에는 롯데건설의 초기 역사가 담겨 있으며, 회사가 성장해온 발자취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5000억 원 가치의 근거
최근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과 부지를 매각해 약 5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가치는 건물 자체보다는 부지의 잠재력에서 비롯됩니다. 잠원동 본사는 약 9949㎡의 대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지구단위계획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거시설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주변에 ‘신반포 르엘’,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만큼, 재개발 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입지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부지의 가치를 최소 40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합니다. 이는 건물의 현재 상태보다는 개발 가능성과 지역적 가치를 반영한 금액입니다. 특히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신사역이 가까워 교통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따라서 시행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주거시설 개발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름해 보이는 이유
롯데건설 본사가 허름해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건축 시기입니다. 1978년 준공된 이 건물은 당시 기준으로는 현대적이었을지 몰라도, 오늘날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서는 낡은 인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04년 리모델링으로 내부는 개선되었으나, 외관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비용 절감과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로, 본사는 오피스 빌딩보다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롯데건설은 롯데월드타워 같은 랜드마크를 건설하며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본사 건물은 회사의 위상을 과시하는 용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 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주변 고층 아파트에 비해 낮은 층수와 소박한 디자인이 이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외관은 허름해 보일지라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입지와 개발 가능성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매각 결정의 배경
롯데건설이 본사 매각을 결정한 데에는 재무구조 개선이 큰 이유로 작용합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고, 롯데건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7%로, 업계 적정 수준인 200%를 웃돌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16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7% 감소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본사 부지를 포함해 약 1조 원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잠원동 사옥 외에도 수도권 창고 부지와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롯데그룹 전체적으로도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이번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2026년까지 150% 수준으로 낮추고, 경상이익을 1000억 원 이상 늘릴 계획입니다.
시장의 반응과 전망
부동산 시장에서는 잠원동 본사 매각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일부는 뛰어난 입지와 개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5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기대합니다. 반면, 건물 자체의 노후화와 개발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실제 매각가가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주거용지로 재개발하려면 각종 규제를 넘어야 하며, 활용 가능한 면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힙니다.
매각 이후 롯데건설은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력 후보지로는 서울 마곡지구가 거론됩니다. 롯데건설은 마곡에서 ‘르웨스트 시티타워’, ‘르웨스트 롯데캐슬’ 등 대형 오피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운 본사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외관과 가치는 별개
롯데건설 본사는 외관만 보면 5000억 원이라는 가치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회사의 역사와 부지의 잠재력이 숨어 있습니다. 허름한 건물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상징적 공간이자, 동시에 미래의 가치를 품은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매각은 롯데건설이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