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라는 영화, 그리고 김형주 감독의 바람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계의 전설적인 인물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스승과 제자라는 독특한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적인 갈등과 성장을 담아낸다. 김형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실화 기반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2025년 3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그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특히, 주연 배우 유아인의 논란으로 인해 상처받은 영화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부탁하며, 관객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김형주 감독은 영화가 단순히 흥행을 노리는 상업 작품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선택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완성한 이유를 관객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 영화는 이병헌과 유아인이라는 두 배우의 연기로 완성되었으며, 그들의 캐릭터는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감독은 이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전한다.
유아인 논란과 영화의 운명
영화 '승부'는 제작 단계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특히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영화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는다.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투약하고,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감독과 제작진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김형주 감독은 이 상황을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주연 배우로서의 무책임함에 실망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는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영화의 구조적 완결성에 있다. 조훈현과 이창호, 두 인물의 이야기가 얽히며 만들어진 서사는 한쪽을 배제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감독은 "영화가 공개되면 관객들이 이 선택을 납득할 것"이라며, 작품의 본질을 지키는 데 집중한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배우 한 사람의 스캔들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맡겨진 선택의 무게
김형주 감독은 영화에 대한 판단을 철저히 관객에게 맡긴다. 그는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이라며, 자신이 강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영화가 겪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는 영화를 "연고를 발라주는 심정"으로 내놓는다며,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봐주길 희망한다. 이는 감독으로서의 책임감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승부'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역사적 사실과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병헌이 연기한 조훈현은 바둑판 앞에서 감정을 숨기고 승부에 집중하는 인물로, 그 내면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유아인이 맡은 이창호는 스승과의 대결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제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인물의 갈등과 화해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로 이어진다.
실화의 힘, 그리고 영화적 재현
'승부'는 1990년대 초 조훈현과 이창호가 실제로 치른 바둑 대결을 바탕으로 한다. 조훈현은 한국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로, 수십 년간 정상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의 제자인 이창호는 어린 나이에 스승을 넘어서는 기량을 보여주며 바둑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인간관계와 성장의 드라마를 담고 있다. 김형주 감독은 이 실화를 영화로 옮기며, 역사적 고증과 예술적 상상력을 조화롭게 엮어낸다.
감독은 고증을 위해 당시의 소품과 의상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의 분위기를 완벽히 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다"며, 현실과 타협하며 절충안을 찾았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바둑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대상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관객들은 바둑판 위의 긴장감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병헌과 유아인, 캐스팅의 의미
김형주 감독에게 이병헌과 유아인은 영화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그는 이병헌이 캐스팅되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고 회상한다. 여기에 유아인이 합류하면서 기대감은 배가 된다. 두 배우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조훈현과 이창호를 생생히 구현한다. 이병헌은 "실화가 이렇게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감정 표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힌다.
반면, 유아인과의 작업은 예상보다 조용히 진행된다. 이병헌은 "과묵한 후배였다"며, 촬영 현장에서 깊은 대화보다는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전한다. 김형주 감독 역시 이 두 배우의 조합이 영화에 깊이를 더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유아인의 논란은 이 완벽했던 조합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럼에도 감독은 작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유지한다.
극장 개봉, 새로운 시작
'승부'는 원래 넷플릭스 공개를 목표로 제작된다. 그러나 여러 논의 끝에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바꾼다. 김형주 감독은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극장은 영화를 더 영화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라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기대한다. 이 결정은 영화가 플랫폼의 틀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제공한다.
2025년 3월 19일, 영화는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등 배우들과 함께 김형주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그는 이 자리를 통해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객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전한다. 개봉일인 3월 26일이 다가올수록,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감독의 진심, 그리고 관객의 역할
김형주 감독은 '승부'를 통해 단순한 승부의 세계를 넘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그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받은 상처를 언급하며, 관객이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영화에 대한 믿음과 관객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감독의 손을 떠나 이제 관객의 품으로 향한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느낄까.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화는 승패를 넘어선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형주 감독은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판단의 몫을 관객에게 맡긴다. 영화 '승부'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되새기는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차례는 관객에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