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새로운 바람: 사실혼 인정으로 육아휴직과 가족수당 확대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사실혼 관계를 법률혼과 동등하게 인정하며 복리후생 제도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근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2월까지 일본 주요 대기업 6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57.8%에 해당하는 37개 기업이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사실혼 상태의 직원에게도 결혼 축하금, 육아휴직, 가족수당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점차 유연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법률혼만이 공식적인 결합으로 인정받았으나,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사실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기업들도 제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사실혼을 인정하는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법률혼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결혼 축하금은 법률혼을 한 직원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직원에게도 지급됩니다. 또한 육아휴직의 경우, 자녀를 둔 사실혼 커플도 동일한 기간 동안 휴직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급여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수당 역시 사실혼 가정의 자녀를 포함해 지급 대상으로 삼고 있어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기여합니다.

일본 정부의 정책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023년 설립된 아동가정청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목표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사실혼을 인정하는 것은 정부의 이러한 기조와 맞물려 근로자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사실혼 인정 제도가 확대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일본 사회에서 혼인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해졌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사실혼을 인정하는 기업 중 18개사는 최근 5년 내에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가족 형태의 변화’와 ‘사실혼에 대한 수요 증가’를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둘째,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로 인해 기업들이 인재 확보와 유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근로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복리후생 확대에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 개선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사실혼 직원들이 제도적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업무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사실혼을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에 따르면,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 기업들은 ‘법률적 인정 부족’과 ‘혼인 관계 확인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일본 법률상 사실혼은 법적 혼인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실혼 인정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가족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사실혼 가정에 대한 지원도 더욱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으로까지 이 제도가 확산된다면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경우, 사실혼에 대한 기업 차원의 인정은 아직 일본만큼 활발하지 않습니다. 법률혼 중심의 복리후생 제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사실혼 가정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편입니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과 일·가정 양립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과 가족수당을 사실혼 가정까지 확대한다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변화는 단순히 복리후생의 확대를 넘어, 근로 환경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주목하며, 보다 유연하고 포용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