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스타십 8차 발사가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2025년 3월 6일, 통신 두절로 상단 스테이지가 분실되며 우주 개발의 꿈에 제동이 걸렸다. 이 글에서는 발사 과정, 실패 원인, 그리고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스타십 8차 발사, 기대와 실망의 반복
스페이스X는 2025년 3월 6일 텍사스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 8차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 발사는 현지 시간 오후 5시 30분(미국 동부 시간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되며, 전 세계 우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번 발사는 이전 7차 시험에서 상단 스테이지가 폭발로 끝난 이후 약 7주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많은 이들이 성공을 기대했다. 특히, 이번에는 모의 스타링크 위성 4개를 우주에 배치하려는 목표가 추가되어 더욱 주목받았다.
발사는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400피트(약 123미터)에 달하는 스타십은 슈퍼 헤비 부스터와 함께 하늘로 치솟았고, 부스터 분리 후 착륙탑의 ‘젓가락’ 구조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상단 스테이지인 스타십은 상승 과정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발사 9분여 만에 통신이 두절되며, 스페이스X는 또다시 상단 스테이지를 잃는 결과를 맞이했다.
통신 두절의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나
발사 후 약 8분 9초경, 스타십의 6개 랩터 엔진 중 여러 개가 작동을 멈췄다. 스페이스X의 라이브 방송 화면에서는 엔진이 꺼지며 차량이 제어 불능 상태로 회전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곧이어 통신이 끊겼고, 상단 스테이지는 급격한 비정상 분해(Rapid Unscheduled Disassembly, RUD)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1월 16일에 있었던 7차 시험 발사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에도 발사 8분여 만에 연료 누출로 인한 화재로 상단 스테이지를 잃었다.
스페이스X는 공식 성명을 통해 “상승 도중 예상치 못한 분해가 발생하며 통신이 끊겼다”며, “안전 당국과 협력해 사전 계획된 비상 대응을 즉시 실행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의 원인으로 연료 시스템의 결함이나 엔진의 조화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전 발사에서 발견된 연료 누출과 진동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슈퍼 헤비 부스터의 성공, 빛바랜 성과
이번 발사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성과는 슈퍼 헤비 부스터의 성공적인 회수였다. 33개의 랩터 엔진으로 구동되는 이 거대한 부스터는 분리 후 발사탑으로 돌아와 ‘젓가락’ 구조물에 안착했다. 이는 스타십 프로그램에서 세 번째 성공적인 부스터 회수로 기록된다. 스페이스X는 이를 통해 재사용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상단 스테이지의 실패로 인해 이 성과는 다소 빛이 바랬다.
슈퍼 헤비 부스터는 스타십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재사용성을 통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성공은 향후 발사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단 스테이지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전체 시스템의 신뢰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플로리다 상공의 파편, 주변 지역에 미친 영향
스타십 상단 스테이지가 분해되며 파편이 대서양 상공으로 흩어졌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플로리다주 주요 공항인 올랜도, 마이애미, 팜비치 등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일시 중단했다. 소셜 미디어에는 바하마와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상공에서 불타는 파편이 하늘을 가르는 영상이 퍼졌다. 다행히 스페이스X는 파편에 독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역 주민과 항공 산업에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7차 발사 당시에도 터크스케이커스에서 파편으로 인해 차량이 손상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반복되는 실패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FAA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스페이스X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엘론 머스크의 꿈, 어디로 향하나
엘론 머스크는 스타십을 통해 화성 이주라는 원대한 목표를 그리고 있다. 그는 2050년까지 화성에 영구적인 인간 거주지를 건설하고, 수천 대의 스타십으로 이를 실현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스타십의 대규모 탑재 능력을 활용해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실패는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과거 발사 실패에서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을 거듭해온 만큼, 이번 역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두 번 연속 상단 스테이지 손실은 기술적 난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며, 신뢰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타십 프로그램의 미래와 과제
스타십은 단순한 로켓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류의 우주 탐사를 위한 도구이자, 민간 우주 산업의 혁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스페이스X는 빠른 시험 주기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 발사 역시 성공보다는 학습에 초점을 맞춘 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스페이스X는 연료 시스템의 안정성, 엔진 제어 기술, 그리고 재진입 과정에서의 열 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상단 스테이지가 궤도에 도달하고 계획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상업 운용이 가능해진다. 9차 발사는 이미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발사 허가를 받은 상태로, 이번 실패를 딛고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