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허벅지 통증 속에서도 빛난 투혼
2025년 3월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은 배드민턴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허벅지 통증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놀라운 정신력과 실력을 발휘하며 중국의 왕즈이(2위)를 상대로 2-1(13-21, 21-18, 21-18)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그녀의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안세영은 경기 후 "I'm a king now"라는 한 마디를 남기며 우승의 기쁨과 자신감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 그녀가 겪은 고난과 이를 극복한 여정의 집약체로 들렸습니다.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영오픈 결승전, 극적인 드라마의 시작
결승전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전날 준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와의 경기 중 허벅지 통증을 느낀 안세영은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습니다. BWF 측은 그녀가 독감에 걸렸다는 사실을 경기 후 밝히며, 그녀가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첫 게임은 왕즈이에게 13-21로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세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게임부터 그녀 특유의 질식 수비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79번의 랠리를 이어가며 7-6으로 역전에 성공한 순간은 경기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장면이었습니다. 몸을 날리는 수비와 끈질긴 플레이로 점수를 쌓아가며 21-18로 두 번째 게임을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게임은 체력전으로 이어졌고, 18-18 동점 상황에서 왕즈이의 연속 범실을 놓치지 않으며 21-18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 95분간의 혈투는 안세영이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 증명하는 무대였습니다. 경기 후 그녀는 두 손으로 왕관을 쓰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장내 사회자의 "전영오픈의 여왕이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제 내가 여왕이다"라고 답하며 승리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허벅지 통증, 그리고 독감까지 이겨낸 여제
안세영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그녀의 투혼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허벅지 통증은 준결승부터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테이핑 없이 경기에 나서며 부상을 털어낸 듯 보였던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다시 테이핑을 감고 나왔습니다. 여기에 독감까지 겹치며 그녀의 몸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중 쓰러질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그녀는 다시 일어나 라켓을 잡았습니다. 이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당시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천위페이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그녀의 모습이 이번 전영오픈에서도 재현된 것입니다. 이런 모습은 그녀가 단순히 기술적인 선수를 넘어 정신력의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I'm a king now”가 남긴 울림
안세영이 우승 직후 외친 "I'm a king now"는 단순한 승리 선언이 아닙니다. 이는 그녀가 이번 대회에서 겪은 고난을 극복하고 스스로 왕좌를 되찾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전영오픈은 1899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 대회로, 안세영은 2023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1996년) 이후 두 번째로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또한 그녀가 이룬 업적을 상징합니다. 2025년 들어 출전한 4개 대회(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를 모두 석권하며 공식전 20연승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안세영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성과입니다. 중국 언론조차 "안세영의 미친 반격을 막을 수 없었다"며 그녀의 강인함을 인정했습니다.
안세영의 여정,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
안세영의 배드민턴 인생은 고난과 승리의 연속입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하며 28년 만에 한국에 금빛 낭보를 전한 그녀는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그녀는 다시금 부활하며 세계 무대를 평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영오픈 우승은 그녀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32강부터 결승까지 가오팡제(중국), 천위페이(중국),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왕즈이(중국) 등 강자들을 차례로 꺾으며 보여준 그녀의 실력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숙적으로 여겨졌던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를 상대로 한 승리는 그녀의 성장과 자신감을 증명합니다.
앞으로 안세영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그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메이징하다.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라며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믿었다"고 밝힌 모습은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할 것임을 시사합니다. 팬들은 그녀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전하며 그녀의 행보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배드민턴의 자랑, 안세영
안세영의 우승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전영오픈에서 여자 단식 우승은 방수현 이후 오랜만에 나온 쾌거이며,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복식 서승재-김원호 조가 13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안세영은 이 흐름의 중심에 서서 한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경기 후 "자신의 100%를 쏟아내며 최선을 다해준 왕즈이에게 고맙다"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그녀가 단순히 승리만을 추구하는 선수가 아니라 스포츠맨십을 갖춘 진정한 챔피언임을 보여줍니다. 이런 태도는 그녀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임을 암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