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없이 빌라 53채를 매입한 방법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고도 돈 한 푼 없이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 53채를 매입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것입니다. 이들은 소위 '무자본 갭 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세입자들로부터 총 115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챘습니다. 이 사건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진행되었으며, 피해자는 53명에 이릅니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이들을 적발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으로, 집을 매입한 후 전세 보증금을 통해 차익을 남기는 구조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매매 가격을 부풀리고,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며 차액을 챙겼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30대 젊은 층으로, 주거 안정을 꿈꾸던 이들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부동산 시장의 허점을 노린 범죄가 얼마나 교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무자본 갭 투자란 무엇인가
무자본 갭 투자란 초기 자본 없이 부동산을 매입하고,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차익을 얻는 방법을 뜻합니다. 이 사건의 주범들은 빌라를 매입할 때 실제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차액을 공모한 공인중개사와 나누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습니다. 예를 들어, 2억 5천만 원짜리 빌라를 3억 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동시에 3억 원에 전세 계약을 맺는 식입니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 3억 원 중 2억 5천만 원은 원래 집주인에게 지급되고, 남은 5천만 원은 이들이 분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해 세입자들이 안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담보 가치가 없는 '깡통주택'을 만들어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전세난이 심각했던 시기를 틈타 더욱 활개를 쳤습니다.
범행 조직의 치밀한 역할 분담
이 사건의 범행은 혼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총 43명으로 구성된 조직은 각자 맡은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습니다.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30대 A씨가 총책으로 활동하며 전체 계획을 주도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전세 사기임을 알면서도 계약서에 서명하고 매달 1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또한, 신용불량자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 명의대여자로 활용했습니다.
명의대여자들은 빌라 매입 시 바지 명의자로 계약에 참여하고, 대가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로, 법적 책임을 질 능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하고, A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4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드러난 실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전세 만기가 되었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피해 금액은 1인당 2억 원에서 3억 원에 달하며, 총 115억 원이 이들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30대가 주 타깃이었던 점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깡통주택의 실체를 알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HUG의 보증보험 심사에서 감정평가 가격을 우선시한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브로커를 통해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업 감정' 수법을 사용해 전세가를 높였고, 이를 기반으로 허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집을 잃고 빚까지 떠안게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찰의 수사와 앞으로의 대책
울산경찰청은 계좌 추적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했습니다. A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고, 공인중개사와 명의대여자 등 공범 42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경찰은 추가적인 업 감정 수법과 관련된 브로커 연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세입자들에게 전세 가격이 적정한지 여러 공인중개사를 통해 확인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전세 사기가 점점 조직화되고 교묘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피해 예방을 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전세 사기, 어떻게 예방할까
전세 사기를 예방하려면 계약 전 몇 가지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소유주와 담보 상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전세 가격이 시세와 맞는지 주변 거래를 통해 비교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HUG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만 믿기보다는, 실제 집의 가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자본 갭 투자와 같은 방식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만연해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전세난이 심화될수록 이런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입자들은 계약 시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지 말고,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