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순간이 있습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첫 피치가 던져질 때, 관중석에서 함성과 함께 손뼉을 치며 사랑하는 팀을 응원하는 그 짜릿함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가 뜨거운 인기를 끌며 매진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표를 예매할 수 있는 요즘, 정작 경기장을 찾고 싶어도 기회를 놓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소외시키는 걸까요? 바로 '피켓팅'과 '암표'라는, 화려한 매진행렬 뒤에 드리운 그림자 때문입니다.
2024년 프로야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매진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됐죠. 하지만 이 화려한 이면에는 치열한 예매 경쟁과 암표 거래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특히 중장년층이 왜 이런 상황에서 소외되는지, 또 우리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프로야구 매진행렬, 그 뜨거운 현장
2024년 KBO 리그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매진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잠실야구장은 9월부터 열린 주요 경기에서 예매 시작 몇 분 만에 모든 좌석이 동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는 예매 오픈 30분도 안 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암표가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죠.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프로야구 암표 신고 건수는 무려 5만 1,405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0년 6,327건 대비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매진행렬이 단순히 인기의 척도가 아니라 예매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팬층의 확장과도 연결됩니다. 한국갤럽의 2020년 조사에서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전체 응답자의 41%였는데, 최근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팬들이 늘어나며 경기장 좌석은 금세 찼고, 예매를 둘러싼 경쟁은 '피켓팅'이라는 신조어로 불릴 만큼 치열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기회를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피켓팅, 예매 전쟁의 새로운 이름
'피켓팅'이란 '피가 튀는 티켓팅'의 줄임말로, 예매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 심지어 수천 명이 대기열에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는 일도 빈번하죠. 2024년 9월 잠실야구장 경기 예매에서는 오전 10시 오픈과 동시에 대기 인원이 5,000명을 넘었다는 후기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빠른 손놀림과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한 젊은 층은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이런 예매 전쟁에서 뒤처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50대 팬 김모 씨는 "예매하려고 해봤는데 대기 번호가 2,000번대라 포기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평균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2025년 현재 이 격차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죠. 결국 피켓팅은 단순한 예매 경쟁을 넘어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드러내는 현상이 됐습니다.
암표 거래, 팬심을 이용한 장사
매진행렬이 이어지며 암표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23일 두산과 SSG의 경기를 앞두고, 중고나라에서는 정가 2만 원짜리 좌석이 10만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심지어 인기 높은 테이블석은 35만 원까지 치솟았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암표 신고 건수의 96.6%가 KBO 리그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이는 축구나 농구 같은 다른 스포츠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런 암표가 중장년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간다는 점입니다. 젊은 층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암표를 사고파는 데 익숙하지만, 중장년층은 이런 거래 방식 자체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60대 팬 이모 씨는 "암표를 사려면 앱을 깔고 계좌 이체까지 해야 하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게다가 암표 가격이 정가의 몇 배로 뛴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니, 경기 관람은 점점 더 멀어지는 꿈이 되고 있습니다.
연도 | 암표 신고 건수 | 증가율 |
---|---|---|
2020 | 6,327 | - |
2024 (1~8월) | 51,405 | 약 712% |
위 표는 암표 거래의 급증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2020년 대비 2024년 신고 건수가 8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소외, 디지털 격차의 민낯
중장년층이 프로야구 관람에서 소외되는 이유는 단순히 예매 경쟁에서 뒤처지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광주경찰청은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암표 단속을 강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온라인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중장년층 신고가 적지 않았습니다. "티켓을 샀는데 입장할 수 없었다"는 피해 사례는 디지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더 흔히 나타났죠.
이런 소외감은 팬으로서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젊은 시절엔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TV로만 봐야 하나 싶다"는 50대 팬의 말에서 공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중장년층은 프로야구의 오랜 팬층이자, 지역 연고 의식을 이어온 주역입니다. 하지만 피켓팅과 암표라는 장벽 앞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묻히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가지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먼저, 예매 시스템을 개선해 중장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화 예매나 오프라인 창구를 늘리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경기장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일이 흔했는데, 이를 일부 부활시키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겠죠.
또한 암표 거래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단속과 법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2024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매크로를 통한 티켓 구매를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만, 실제 단속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광주경찰청처럼 지역별로 집중 단속을 강화하고, 예매 플랫폼과 협력해 불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팬 문화 자체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야구가 되려면, 구단과 팬들이 함께 소외된 이들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아 타이거즈가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관람 기회를 제공한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매진행렬은 팬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 열기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생긴다면, 진정한 팬 문화라고 부르기 어렵겠죠. 피켓팅과 암표라는 그림자를 걷어내고, 중장년층을 포함한 모든 팬이 경기장의 함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뜨거운 야구 열기를 모두가 나누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