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사태의 시작
2025년 3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MBK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난에 직면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고, 3월 1일부터 회생 절차를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러한 설명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논란을 키웠습니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재무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에 의해 약 7조 원에 인수된 이후, 차입매수 방식으로 발생한 막대한 금융 부담을 떠안아 왔습니다. 이번 회생 신청은 그러한 부담이 누적된 결과로 보입니다. 서울회생법원은 3월 4일 홈플러스의 신청을 받아들이며 개시 결정을 내렸고, 이는 금융 채권 상환 유예와 협력업체와의 상거래 지속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MBK의 책임론이 불거졌고, 정무위는 준비 과정의 투명성과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MBK의 회생 준비, 언제부터였나
MBK는 홈플러스 회생 절차를 3월 1일부터 준비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직전 시점으로, 한국기업평가가 2월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춘 이후 빠르게 대응에 나섰음을 의미합니다. MBK 측은 이를 "잠재적 유동성 위기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회생 신청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밝히며, 사태의 급박함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정무위는 이 설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위원회는 MBK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 악화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3월 1일이라는 시점이 너무 갑작스럽다고 비판합니다. 일부 의원은 MBK가 회생 신청 직전까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단기 채권을 발행한 점을 들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직전까지 약 6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으며, 이중 2075억 원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무위의 비판과 그 배경
정무위는 MBK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한 이유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첫째,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10년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는 점입니다. 2016년 매출 7조 9334억 원을 기록했던 홈플러스는 2023년에는 6조 9315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도 MBK는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자산을 처분하며 투자금 회수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회생 신청 시점이 지나치게 급작스럽다는 점입니다. 정무위는 MBK가 신용등급 하락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MBK가 이미 2024년 말부터 재무 상황을 점검하며 회생 가능성을 검토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특히,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전환하며 부채비율을 낮춘 점을 들어, 회생 준비가 사전에 계획된 움직임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MBK의 사재 출연 의지 부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오너가 자산을 투입해 회사를 살리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MBK는 초기에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는 정무위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채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홈플러스 사태의 파장
홈플러스 회생 사태는 단순한 기업 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와 입점 상인들은 대금 정산 지연으로 운영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입점사는 1월과 2월 매출 대금 1억 원 이상을 받지 못해 3월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홈플러스는 3월 7일 법원으로부터 3457억 원 규모의 회생채권 자금 집행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공익채권 우선 처리로 인해 모든 채권자가 즉각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CJ푸드빌, CGV 등 제휴사는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며 피해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채권 부도로 약 2075억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되었으며, 금융감독원은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노동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는 회생 절차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합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쌍용자동차 사례를 언급하며, MBK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MBK의 대응과 김병주의 사재 출연
논란이 커지자 MBK는 3월 16일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소상공인 거래처의 결제 대금 지급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조치로, MBK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시행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수천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채권단과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MBK는 또한 회생 계획안에 홈플러스 점포 4곳의 추가 매각과 16곳의 폐점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노조와 협력업체는 이를 "먹튀 전략"의 연장선으로 간주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 채권단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신호가 될지는 오는 6월 3일까지 제출될 회생 계획안에서 드러날 전망입니다.
사모펀드와 기업 책임의 갈림길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MBK는 차입매수를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자산 매각과 금융 비용 부담 전가로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수익 모델이지만, 실패 시 손실을 기업과 노동자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도덕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무위는 3월 18일 '홈플러스·MBK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인물이 증인으로 출석하며, 사모펀드 규제 강화 논의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사모펀드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와 국회의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홈플러스 회생 사태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MBK가 제출할 회생 계획안이 채권단과 협력업체, 노조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가 핵심입니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일시적인 여론 무마에 그칠지는 시간이 밝혀줄 것입니다. 또한, 이 사태가 고려아연 인수전 등 MBK의 다른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2만 명의 직원과 10만 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종사자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MBK의 결정은 단순한 재무 조정을 넘어,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한 책임 있는 행보로 이어져야 합니다. 정무위의 비판을 넘어, 홈플러스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두의 관심사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