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정치적 신념과 배신자라는 낙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발언에서 자신에게 붙은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두고 깊은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는 이 프레임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온 결과라고 단언합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과거의 갈등을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2025년 3월 18일,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특강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은 그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큰 주목을 받습니다.
유승민는 오랜 시간 정치 무대에서 보수 진영의 개혁을 주장하며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힌 갈등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계기가 됩니다.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며 증세 필요성을 강조한 사건은 그의 정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듭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는 강한 표현으로 그를 비판했고, 이는 이후 그의 발목을 잡는 오명으로 굳어집니다.
하지만 그는 이 낙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양심을 지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왔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을 보여줍니다. 박 전 대통령과의 화해를 원한다는 발언 역시 그의 진심이 담긴 고백으로 읽힙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덮으려는 제스처가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2015년, 갈등의 시작과 원내대표 사퇴
유승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갈등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합니다. 4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는 "세수 부족을 인정하고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보수 정당의 원내대표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였고, 당내는 물론 청와대와의 관계에도 균열을 일으킵니다.
같은 해 6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개정안이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승민을 "배신의 정치"를 행하는 인물로 지목합니다. "내 귀를 의심했다"는 유승민의 회고는 당시 받은 충격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은 등을 칼로 찌르는 아픔과 같았다"고 표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그러나 7월 8일, 그는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의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그의 사퇴 연설은 단순한 패배 선언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국민 앞에 다시 한번 천명하는 순간이 됩니다. 이 사건은 그를 보수 진영의 개혁파로 자리잡게 했지만, 동시에 "박근혜를 배신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킵니다.
박근혜 탄핵과 보수 진영의 분열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정치권은 큰 혼란에 빠집니다. 유승민은 당시 새누리당 내 비박계(비박근혜계)를 이끌며 탄핵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검찰 공소장을 읽고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그의 발언은 보수 내부에서도 큰 논란을 낳습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새누리당은 분열의 길로 접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은 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당합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하지만 4위에 그치며 쓴맛을 봅니다. 이후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복귀하는 험난한 여정을 겪습니다. 탄핵을 지지한 결정은 그를 대구·경북(TK) 지역에서조차 "배신자"로 보는 시각을 강화합니다. TK는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자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이었기에, 그의 선택은 지역 민심과도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단호합니다. "나 혼자 탄핵을 한 것이냐"는 그의 반문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 대부분이 탄핵에 찬성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는 "배신자론은 앞뒤가 맞지 않는 유령"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그의 정치적 정체성이 단순한 충성심이 아닌, 정의와 공화국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구 민심과 화해의 가능성
유승민의 정치적 고향은 대구입니다. 그는 대구 동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하지만 박근혜와의 갈등 이후, 대구 민심은 그에게 늘 엇갈린 반응을 보입니다.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그는 "2~3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며 대구에서 변화를 감지했다고 밝힙니다. "배신자라며 서운해하던 분들도 이제 거의 없다"는 그의 말은 지역 내 앙금이 점차 해소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2025년 3월, 박 전 대통령과의 화해를 언급한 것도 대구 민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입니다. 그는 "오해를 풀고 싶다"는 바람을 여러 차례 밝히며, 과거의 갈등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화해를 넘어, TK 지역 보수층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대구는 여전히 그의 정치적 뿌리이자, 보수 개혁을 실현할 발판이 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TK 민심을 얻으려면 박근혜와의 화해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보수 개혁은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 수도권 중도층을 공략해야 가능한 목표입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수 개혁과 유승민의 미래
유승민은 보수 진영 내에서 개혁의 상징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권력은 가만히 두면 타락한다"고 믿으며, 이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2015년 원내대표 시절의 증세론, 탄핵 찬성, 그리고 이후 당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한 행보는 모두 그의 개혁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 앞에 솔직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며, 보수 정치의 변화를 꿈꿉니다.
2025년 현재, 그는 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며 다시 한번 주목받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그는 "검증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등 경쟁자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며, 보수 진영의 통합과 변화를 모색합니다. "누가 이재명을 이길 것이냐"는 그의 발언은 실용적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화해 의지는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의미를 갖습니다. 그는 과거의 갈등을 치유함으로써 보수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고, 동시에 개혁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배신자 프레임은 잘못됐다"는 그의 주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결코 배신이 아닌 신념의 발로였음을 증명하려는 노력입니다.
결론: 신념과 화해 사이에서
유승민의 정치 여정은 신념과 갈등, 그리고 화해를 향한 열망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배신자"라는 오명은 그를 오랫동안 괴롭혔지만, 그는 이를 "옳은 길을 간 대가"로 재정의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그의 바람은 단순한 개인적 화해를 넘어, 보수 진영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그의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대구 민심을 되찾고, 보수 개혁을 완수하며,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유승민은 이 모든 도전을 자신의 신념으로 돌파하려 합니다. "양심을 지키고 정치를 해왔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의 행보 역시 그 신념의 연장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