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들이 "팔라완은 우리 땅"이라며 황당한 주장을 펼치자, 필리핀이 이를 강하게 반박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장의 배경과 필리핀의 반응,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조명합니다.
중국 네티즌의 주장 배경
최근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서 팔라완섬이 중국 영토라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1400년대 명나라 시기, 환관 정화가 이끌었던 대규모 원정대를 근거로 들며, 팔라완을 '정허다오'(정화섬)라 부른다고 합니다. 한 네티즌은 "역사적으로 팔라완은 중국에 속해 있었으며, 이를 잃은 것은 과거 우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고, 이 게시물은 약 1만 4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팔라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일부 네티즌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입니다. 팔라완은 중국 본토에서 약 1,500km 떨어진 필리핀 남서부에 위치한 섬으로, 지리적으로도 중국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희박합니다.
필리핀의 강경한 반응
이에 대해 필리핀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필리핀국가역사위원회(NHCP)는 공식 성명을 통해 "고고학적 자료에 따르면, 팔라완에는 5만 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해 왔으며, 중국인 인구가 정착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필리핀 측은 이러한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며, 역사적·법적 근거가 부족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팔라완은 필리핀 영토로 명백히 인정받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와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을 더욱 강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화 원정과 팔라완의 연관성
중국 네티즌들이 근거로 든 정화의 대원정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약 30년간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프리카 동부를 아우른 대규모 해양 탐사였습니다. 정화는 총 7차례 원정을 이끌며 명나라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고, 당시 약 3만 명의 병력과 200여 척의 선박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서 정화가 팔라완을 방문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정화의 함대가 남중국해를 지나며 필리핀 근처를 스쳐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를 영토 주장의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욱이 정화 원정은 영토 확장이 아닌 교역과 외교를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팔라완을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다는 주장은 역사적 맥락과도 맞지 않습니다.
팔라완섬의 역사와 문화
팔라완은 필리핀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으로, 길이 약 397km, 평균 너비 40km의 가늘고 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섬은 풍부한 생태계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며,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고고학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으로, 약 5만 년 전부터 인류가 거주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타본 동굴에서 발굴된 타본인의 두개골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흔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후 팔라완은 원주민 부족 공동체인 바랑가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16세기부터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 통치를 거쳤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중국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남중국해와 영토 분쟁의 맥락
이번 논란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달하는 해역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9단선'을 그어 왔고, 이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9단선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팔라완은 남중국해와 접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섬 자체는 필리핀 영토로 국제법상 명확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의 주장은 이러한 남중국해 갈등의 연장선에서 과장된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네티즌 반응과 국제적 파장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이 주장은 필리핀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필리핀 네티즌들은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 "팔라완은 우리의 고향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중국의 팽창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중국 네티즌 중에는 이를 단순한 농담이나 애국심의 발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번 사태는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에서 감정적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국제 언론도 이를 보도하며,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과 허구를 가리는 노력
이번 논란은 역사적 사실과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는 주장 사이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팔라완이 중국 영토라는 주장은 고고학적, 역사적 근거 없이 개인의 상상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은 이를 반박하며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디지털 시대에,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양국 국민 모두 감정적 대응보다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로운 공존 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