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강력한 대응, 41조원 규모 보복관세 발표
2025년 3월 12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맞서 약 260억 유로(한화 약 41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자정부터 발효한 관세 조치에 대한 즉각적인 반발로, 글로벌 무역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EU는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정책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보복관세가 4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대상 품목에는 철강, 알루미늄, 농산물, 가전제품, 섬유, 그리고 버번 위스키와 오토바이 같은 상징적인 미국산 제품이 포함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 공화당 지지 기반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타격 대상으로 삼아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미국 관세 조치의 배경과 EU의 대응 과정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추진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2018년 첫 집권 당시 유사한 관세를 도입한 바 있으며, 당시 EU는 약 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습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시기 협상을 통해 관세 갈등이 일시적으로 완화되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다시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가 부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EU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발효되자마자 신속히 대응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대응은 강력하지만 미국의 관세에 비례한 조치”라며, “EU는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U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보복관세 품목 목록을 준비해왔으며, 이를 4월부터 두 단계에 걸쳐 실행할 계획입니다.
보복관세 대상 품목과 경제적 파급 효과
EU가 발표한 보복관세 대상에는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와 농산물이 포함됩니다. 대표적으로 버번 위스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인 제품들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또한 쇠고기, 유제품, 가금류 같은 농산물과 가전제품, 섬유 제품도 타격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러한 품목 선정은 단순한 경제적 보복을 넘어 미국 내 정치적 영향을 고려한 결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버번 위스키는 켄터키주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 지역은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토바이와 청바지 역시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EU는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EU는 약 280억 유로 규모의 수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맞춰 EU의 보복관세는 미국 경제에 비슷한 수준의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양측의 무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확전 가능성과 협상 여지
EU의 보복관세 발표는 미국과 유럽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캐나다도 약 3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출 1위 국가로, 이번 관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의 조치에 비례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역시 이번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상무장관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 등은 즉각적인 보복 대신 협상을 우선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한편 EU는 보복관세 시행까지 약 3주간의 유예 기간을 두며 협상 여지를 남겼습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EU는 미국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관세 철폐를 대가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및 방산 물자 수입 확대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산업계의 우려와 앞으로의 전망
유럽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는 이번 미국의 관세 조치로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철강이 유럽으로 유입되면 가격 폭락과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관세로 인해 유럽으로 유입된 철강 물량이 시장을 압박한 전례가 있습니다.
알루미늄 업계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캐나다산 알루미늄이 미국 대신 유럽으로 대거 유입될 경우,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추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자동차 등 추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EU 역시 이에 맞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 한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