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새로운 제안,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제안은 TSMC가 인텔의 공장을 운영하는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미국의 주요 칩 설계 기업들이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TSMC는 이 과정에서 지분율을 50% 이하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 요구와 맞물려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2025년 3월 12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처음 보도되었으며,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TSMC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내 첨단 제조업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 제안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연계, 미국 반도체 산업 부흥의 신호탄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이 과거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영광을 되찾길 바라며, 이를 위해 TSMC와 같은 글로벌 리더와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이나 그 파운드리 사업부가 외국 기업에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을 원치 않으며, 최종 거래는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TSMC는 지난 3월 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행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TSMC가 제안한 합작 투자 논의는 이 발표 이후에도 계속 진행 중이며, 최소 두 곳 이상의 칩 설계 기업을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인텔은 한때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며 반도체 산업의 상징으로 군림했으나, 모바일 및 인공지능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경쟁에서 뒤처졌습니다. 2024년에는 188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자산 손상을 겪었고, 이는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한 자구책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TSMC와의 협력은 인텔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의 참여와 그 의미
TSMC가 이번 합작 투자에 끌어들이려는 기업들은 모두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들입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그래픽 처리 장치로 유명하며, AMD는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 역시 통신 및 네트워크 칩 설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습니다. 이들 기업이 합작 투자에 참여한다면, 인텔 파운드리 사업은 잠재 고객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이미 인텔의 최신 18A 공정에서 제조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MD 역시 이 공정을 평가하고 있어, 이들 기업과 인텔 간의 협력은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상태입니다. TSMC가 이들 기업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자금 조달을 넘어, 인텔 파운드리의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TSMC와 인텔은 오랜 경쟁 관계에 있으며, 서로 다른 공정 기술과 제조 도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협력 과정에서 기술적 통합과 운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과거 인텔이 대만 UMC나 이스라엘 타워 세미컨덕터와 제조 파트너십을 시도했으나, 영업 기밀 관리 등의 문제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텔 내부의 갈등과 합작 투자의 전망
인텔 내부에서는 이번 TSMC와의 협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 이사회는 대체로 TSMC와의 거래를 지지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나, 일부 임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이 전 CEO 팻 겔싱어의 자구 노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내부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과거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외부 고객사의 칩을 생산하려 했으나, 주요 팹리스 기업들이 경쟁 관계에 있는 인텔을 신뢰하지 않아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TSMC와의 합작 투자가 성사된다면, 이러한 신뢰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기업 간의 공정 차이와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현실화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SMC는 이미 미국 내에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지에서 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적인 투자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합작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TSMC와 인텔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에 달하며,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8.1%에 그쳤습니다. 만약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흡수하거나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면, 그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AMD 등이 TSMC와 인텔의 합작 회사로 발주를 돌릴 경우,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감소와 시장 고립의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한 상태이며, 투자 규모도 축소하고 있어 경쟁 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고, 중국 등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이 현실화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