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산본신도시 탄생 시절… 그때 우리 동네를 ‘당근’에서 돌아보다
산본신도시의 시작, 그 시절을 떠올리다
경기도 군포시 북부, 수리산의 품에 안긴 산본신도시는 1991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34년 전, 그러니까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이곳은 서울의 주거난 해소와 수도권 확장을 목표로 한 1기 신도시 중 하나로 개발됩니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과 함께 5대 신도시로 불리며, 대한주택공사가 주도해 ‘전원도시’라는 콘셉트를 내걸고 건설에 나섰습니다. 당시 허허벌판이던 땅이 지금의 아파트 숲과 상업지구로 변모한 과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올라오는 이야기를 보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산본역 근처가 예전엔 그냥 빈 들판이었다”거나 “지역번호가 0343이었던 때가 생각난다”는 댓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런 글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한 동네의 역사와 변화를 기록하는 소중한 자료로 자리 잡습니다.
1980년대 말, 산본신도시 개발의 배경
1980년대 대한민국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은 인구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주택 부족 문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노태우 정부는 1988년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합니다. 그 일환으로 산본을 포함한 1기 신도시 개발이 추진됩니다. 1988년 8월 시흥산본택지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이듬해 9월 최종 승인을 받으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됩니다.
산본은 원래 과천군 남면 산본리라는 이름의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수리산 아래 자리 잡은 이곳은 ‘산 밑’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산저’로도 불렸습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시흥군 남면 산본리가 되었고, 1979년 군포읍으로 승격되면서 점차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후 1989년 군포시로 승격되며, 산본은 신도시로 탈바꿈할 준비를 마칩니다. 당시 주민들은 논과 밭이 펼쳐진 풍경 속에서 새로운 도시의 탄생을 지켜봤습니다.
당근에서 만난 산본의 옛 모습
최근 ‘당근’ 게시판에는 1991년 산본신도시 건설 초기 모습을 담은 사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번화한 산본역 주변 상가가 들어선 자리가 당시에는 황량한 벌판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한 이웃은 “개발 전 산본리는 계곡도 많고 자연이 풍부한 곳이었다”고 회상합니다. 또 다른 이는 “그때는 육교 하나가 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이었다”며, 지금의 공원으로 변한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글들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며 동네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 되새깁니다. 예를 들어, 산본역이 1992년 개통되며 교통의 중심이 되었고, 2003년 수리산역이 추가로 생기면서 남쪽 단지의 접근성도 좋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집니다.
산본신도시의 특징과 자연의 조화
산본신도시는 1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상업과 업무 지구의 비중도 다른 신도시에 비해 낮아 자족 기능은 다소 약합니다. 하지만 자연과의 조화는 큰 강점으로 꼽힙니다. 수리산이 신도시를 감싸고 있어 공원 면적이 넓지 않더라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합니다. 기존 구릉지를 보존해 만든 공원들은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이는 평촌이나 분당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대한주택공사는 산본을 과천시를 모델로 삼아 고밀도 전원도시로 설계했습니다. 주공아파트 단지가 많고, 오밀조밀한 구조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을 잘 활용한 결과입니다. 다른 신도시가 한국토지공사 주도로 개발된 데 비해, 산본은 대한주택공사의 손길이 깊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산본은 단순한 주거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교통과 생활의 변화
산본신도시의 교통은 철도와 도로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했습니다. 1992년 산본역이 개통되며 안산선이 신도시를 관통하게 되었고, 과천선의 지원으로 배차 간격도 짧아졌습니다. 금정역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수도권 철도망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여기에 2020년대 들어 GTX C선 개통 계획이 확정되며 미래 교통 허브로서의 가능성도 열리고 있습니다.
도로로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산본IC가 있으며, 영동고속도로와 평택파주고속도로로의 연결도 편리합니다. 이런 인프라는 주민들의 이동을 쉽게 만들었고, 상업지구인 산본로데오거리는 군포 최대 번화가로 자리 잡았습니다. 분수광장을 중심으로 한 이곳은 밤낮으로 사람들로 북적이며,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습니다.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산본
34년 전 산본신도시가 생기던 때를 떠올리면, 그 시절의 풍경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릅니다. 하지만 ‘당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주민들은 과거를 되새기고, 그 변화를 공유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중년이 됐다”는 글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또 “예전엔 조용한 시골이었는데, 이제는 도시가 됐다”는 이야기는 개발의 속도를 실감나게 합니다.
산본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지닙니다. 수리산의 경치, 잘 갖춰진 교통, 그리고 주민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이곳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3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산본 곳곳에 살아 숨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