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의 날카로운 답변: "일자리, 당신 능력에 달렸다"
휴머노이드 아메카와의 대화에서 나온 뜻밖의 반응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5’(MWC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 취재진이 아메카에게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메카는 단순히 예스나 노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당신의 직업에 얼마나 능숙한가요?”라며 질문을 되돌렸습니다. 이어서 “그것은 당신이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줬습니다. 이 대답은 단순한 기계적 응답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책임을 강조하는 뼈 있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아메카는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가 개발한 로봇으로, 인간과 유사한 표정과 대화 능력을 갖춰 ‘가장 인간다운 로봇’으로 불립니다. 이번 행사에서 검은 드레스와 빨간 가디건, 흰 운동화를 입고 등장한 아메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로봇과 일자리 논쟁의 역사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산업혁명 시기, 기계가 수작업을 대신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졌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20세기에는 자동차 제조 공정에 로봇이 도입되며 생산성이 높아졌고, 이는 노동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날에는 인공지능(AI)과 결합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서 그 논쟁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2023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AI 기술의 발전으로 고학력·고소득 직업이 오히려 더 큰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분석, 의사결정 같은 고급 직무도 로봇과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아메카의 답변은 이런 흐름 속에서 개인의 역량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아메카의 제작사와 그 철학
아메카를 만든 엔지니어드 아츠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술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아메카를 ‘엔터테인먼트용 휴머노이드’로 분류하며, 오락과 교육, 정보 제공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 아메카는 보행 능력이 없지만, 제작사는 완전한 인간형 로봇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아메카는 이번 행사에서 아랍에미리트 통신사 에티살랏이 제공한 옷을 착용했습니다. 이는 로봇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문화적 상호작용의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엔지니어드 아츠는 아메카가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상반된 전망
AI와 로봇이 노동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3년 기술 콘퍼런스에서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이지만, 이는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래에 직업이 선택 사항이 되고, 로봇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간은 취미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반면,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연구소는 2024년 논문에서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경제적 효과가 충분치 않아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로봇이 주로 단순 작업을 수행하며, 복잡한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아메카의 답변은 이런 논쟁 속에서 개인의 노력과 적응이 핵심 변수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재와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35년까지 55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로봇을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고,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 유니트리 같은 기업도 신제품 출시 후 빠르게 매진되는 등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메카의 대답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로봇이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 공정에서 로봇은 의장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며 인간과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동 시장의 변화와 우리의 준비
로봇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202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줄며 노동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기술 혁신은 일자리 창출과 감소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AI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직업군의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아메카의 발언은 우리에게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활용하고 적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는지 여부는 기술 자체보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