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었지만 배당은 좀”…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줄인 보험사 속내는
2025년 보험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오히려 축소된 모습입니다. IFRS17 도입과 해약환급금 증가로 보험사들의 재무 부담이 커지며 배당 여력이 줄어든 이유를 살펴봅니다.
보험업계의 역대급 실적, 배당은 왜 줄었나
2024년을 지나며 국내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 개선과 운용 수익 증가로 실적이 크게 향상되었고, 생명보험사들도 자산운용 수익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2024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며 주주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2025년 3월 기준 상장 보험사 11곳 중 배당을 확정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단 3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보험사들은 배당 계획을 발표하지 않거나 축소된 배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바로 배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배당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며,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예상보다 적어진 것입니다.
IFRS17, 보험사의 배당을 막는 벽
IFRS17은 2023년부터 국내 보험업계에 적용된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미래 현금 흐름을 반영하도록 요구합니다. 이 기준은 보험사의 재무제표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크게 늘렸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보험을 해약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환급금을 충당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이는 곧 지급여력비율(K-ICS)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2월 금융권 자료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들의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024년 말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화재와 같은 대형사는 여전히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해상과 같은 중견 보험사는 배당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2003년 이후 이어온 배당 전통이 2025년에 끊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약환급금 부담과 배당 축소의 연관성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보험사들이 고객의 중도 해약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입니다. IFRS17 도입 이후 이 준비금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 부담이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화생명은 2024년 실적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여력이 줄어들며 주주 환원 정책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외국계 보험사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24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91.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 345.1%라는 놀라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모회사로의 자금 유출을 우선시한 전략으로 해석되며, 국내 보험사들과의 배당 정책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보험사별 배당 희비, 삼성생명과 현대해상의 대조
배당을 결정한 보험사와 그렇지 않은 보험사의 상황은 뚜렷하게 갈립니다. 삼성생명은 2025년 주당 4500원, 총 8080억 원의 배당을 결정하며 주주 환원에 적극 나섰습니다. 삼성화재 역시 주당 1만 9000원, 총 8077억 원으로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했습니다. DB손해보험도 주당 6800원, 총 4083억 원을 배당하며 실적 개선의 결실을 주주와 나누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해상은 배당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과거 20년 이상 배당을 이어온 이 회사는 2025년 들어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배당 여력이 줄어들며 주주들의 실망을 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배당을 중단한다면 이는 IFRS17의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대응과 제도 개선 요구
보험업계는 현재의 배당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2025년 초 김철주 금융위원장이 “해약준비금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보험사들의 배당 여력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보험사는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는 2024년 배당성향을 각각 99.0%와 93.4%로 높이며 모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뒤, 2025년에는 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의 시사점
보험주 투자자들은 이번 배당 축소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단기적으로는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릅니다. IFRS17로 인해 보험사들의 재무 투명성이 높아졌고, 이는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배당 여력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삼성화재와 같은 대형사는 안정적인 배당을 유지하며 투자 매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현대해상과 같은 중소형사는 단기적인 변동성을 겪을 수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투자 결정 시 각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과 배당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배당 축소는 일시적일까, 구조적일까
2025년 보험업계는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 축소라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습니다. IFRS17과 해약환급금 부담이 주요 원인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지 구조적인 문제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보험사들의 자본 관리 전략에 따라 향후 배당 정책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지만, 보험업계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배당 축소가 반드시 부정적인 신호로만 해석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의 정책 변화와 업계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