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계산론이란 무엇인가
시간 계산론은 법적 판단에서 행위의 지속 시간과 그로 인한 결과의 무게를 정밀하게 따져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접근법입니다. 이는 특히 헌법과 형법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 예를 들어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결정의 적법성을 평가할 때 주목받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건을 두고 법학계에서 이 이론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계엄이 약 6시간 만에 해제된 점을 두고, 이 짧은 시간이 내란죄 성립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 접근법은 단순히 행위의 결과뿐 아니라 그 행위가 지속된 시간을 변수로 삼아 법적 책임의 경중을 가늠합니다. 전통적으로 법학에서는 행위의 의도와 결과에 초점을 맞췄지만, 시간 계산론은 현대 법학의 복잡한 사안에서 새로운 분석 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이 이론이 법학계에서 얼마나 널리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실무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 개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밤 10시 23분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는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종북 및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계엄군은 국회로 진입하며 의사당을 봉쇄했고,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계획도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1시 1분,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하며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결국 같은 날 오전 4시 30분, 대통령실은 계엄 해제를 공식 선언하며 약 6시간 만에 사태가 종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대통령이 임기 중 내란죄 혐의로 수사받고, 출국 금지 조치까지 당한 첫 번째 케이스였기 때문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법학자들 사이에서 계엄의 위헌성과 내란죄 성립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헌법학자 A의 주장: 시간 계산론과 계엄의 적법성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인호 교수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시간 계산론을 바탕으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헌법 제77조와 계엄법 제2조는 비상계엄을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서만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었거나 행정·사법 기능이 붕괴했다는 증거는 부족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이 교수는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된 점을 강조하며, 이 짧은 시간 동안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헌법 기능을 소멸시킬 정도의 ‘폭동’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형법 제87조에 규정된 내란죄는 폭력적 행위와 국헌 문란 의도를 핵심 요건으로 삼는데, 그는 군의 행동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란죄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습니다. 이는 시간 계산론이 법적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헌법학자 B의 반론: 계엄은 내란 행위
반면,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이번 계엄을 명백한 내란 행위로 규정합니다. 그는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점에 주목합니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해 본회의장 접근을 시도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 한 행위는 헌법 제91조에 규정된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이는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적 권한 행사로,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내란죄의 본질적 요소를 충족한다고 주장합니다.
임 교수는 6시간이라는 짧은 지속 시간을 문제 삼는 시각에 대해 반박합니다. 그는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행위의 지속 시간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가진 의도와 잠재적 위험성이라고 강조합니다. 만약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면, 헌법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부각합니다.
시간 계산론이 법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
시간 계산론은 아직 법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이론은 아닙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현대 법학의 새로운 흐름으로 보지만, 다른 이들은 전통적인 법 해석 방식에 비해 실무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합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이론의 지지자들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법적 판단이 단순히 의도와 결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봅니다. 특히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중대한 사건에서는 행위의 시간적 범위가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이론이 더 많은 논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학자의 논쟁이 남긴 과제
두 헌법학자의 열띤 논쟁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법적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이인호 교수는 시간 계산론을 통해 계엄의 짧은 지속 시간을 근거로 내란죄 성립을 부정하며, 절차적 위헌성에 무게를 둡니다. 반면 임지봉 교수는 행위의 본질과 의도를 중심으로 내란죄 가능성을 제기하며 헌법 수호의 관점을 강조합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학문적 토론을 넘어, 앞으로의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 인물들을 내란죄 혐의로 수사 중이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시간 계산론이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될지, 아니면 전통적 해석이 우선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결론: 법학계와 사회에 던져진 질문
2024년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은 시간 계산론의 실효성과 계엄 및 내란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두 헌법학자의 상반된 견해는 법이 현실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앞으로 법원이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간 계산론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이번 사태는 법학계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법과 권력, 그리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