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헌재의 침묵이 던지는 질문
2025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하며 87일간의 직무 정지를 끝냈다. 이 결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 내려진 고위 공직자에 대한 사법 판단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김정환을 비롯한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의 핵심 쟁점, 즉 한덕수의 방조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헌재가 이 중대한 문제를 회피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어떤 부담이 작용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과 헌재의 입장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12·3 비상계엄과 한덕수의 역할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정을 뒤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으며, 이후 국회는 그를 비상계엄 방조와 내란 공모 혐의로 탄핵소추했다. 국회는 한덕수가 윤 대통령의 결정을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덕수는 당시 국무위원 전원이 계엄에 반대했으며, 자신 역시 이를 막으려 노력했다고 증언했다.
2025년 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한덕수는 “국무회의는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며, “모두가 걱정하며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일부 국무위원이 찬성했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러한 상반된 증언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혼란을 잘 보여준다. 한덕수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계엄을 막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으나, 결과적으로 선포를 저지하지 못했다.
헌재의 결정: 기각의 논리와 한계
헌재는 한덕수 탄핵심판에서 8명의 재판관 중 5명이 기각, 1명이 인용, 2명이 각하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은 “한덕수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적극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한덕수가 계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탄핵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비상계엄 자체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헌재는 “한덕수가 선포 2시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을 들었을 뿐, 사전에 알았다는 자료는 없다”며 방조 여부를 직접 다루지 않았다. 이는 김정환이 지적한 바와 같이, 헌재가 핵심 쟁점을 피해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덕수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행위가 방조로 볼 수 있는지, 혹은 단순한 반대 의사 표명에 그쳤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없었다.
쟁점 | 헌재의 판단 | 김정환의 비판 |
---|---|---|
비상계엄 방조 여부 | 적극적 행위 없음 인정 | 판단 회피로 모호성 남김 |
국무회의 적법성 | 결론 유보 | 핵심 문제 외면 |
탄핵 사유 타당성 | 법적 위반 부족 | 부담 회피 의도 의심 |
김정환의 분석: 헌재가 부담스러웠던 이유
김정환은 헌재가 한덕수 사건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판단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다. 그는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비상계엄의 본질적 문제를 건드리는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꼈다고 본다. 만약 한덕수 사건에서 계엄 선포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면, 이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헌재는 한덕수 사건에서 “국무회의 소집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밝혔으나, 그 회의가 법적으로 유효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국무회의를 거쳤으니 계엄이 합법적”이라는 논리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김정환은 헌재가 이런 논쟁을 피하며 중립을 유지하려 했다고 해석한다.
또한, 헌재 내부의 의견 불일치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2025년 3월 23일 결정에서 재판관 8명 중 6명이 본안 판단에 참여했으나, 나머지 2명은 각하를 주장했다. 이는 헌재가 비상계엄의 적법성에 대해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김정환은 이를 두고 “헌재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결정을 미룬 것”이라고 평가한다.
윤석열 탄핵심판과의 연계성
한덕수 탄핵심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전초전으로 여겨졌다. 한덕수가 비상계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헌재의 판단은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헌재가 계엄의 적법성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윤 대통령 사건에서 동일한 쟁점이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측은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덕수는 그 회의가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헌재가 이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채 한덕수 사건을 마무리한 것은, 김정환의 지적대로, 이후 윤석열 심판에서 더 큰 논란을 예고한다. 헌재가 한덕수 사건에서 명확한 선을 긋지 않은 점은 법적 판단의 일관성을 의심받게 한다.
헌재의 딜레마: 법과 정치 사이
헌재는 법적 기관이지만, 그 결정은 정치적 파장을 피할 수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헌재의 판단은 국민적 신뢰와 직결된다. 한덕수 사건에서 헌재가 방조 여부를 명확히 다루지 않은 것은, 법적 엄밀함보다는 정치적 중립을 우선한 결과로 보인다.
김정환은 헌재가 국민 분열을 우려했다고 본다. 한덕수는 2025년 2월 6일 국회에서 “헌재가 납득할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국민 분열이 걱정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헌재가 직면한 압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비상계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순간, 헌재는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건 | 헌재 결정 | 남은 과제 |
---|---|---|
한덕수 탄핵 | 기각 (2025.3.23) | 비상계엄 적법성 미결 |
윤석열 탄핵 | 심리 중 | 국무회의 정당성 판단 |
결론: 헌재가 남긴 과제
한덕수 탄핵심판은 헌재가 비상계엄 사태의 법적 책임을 다루는 첫 시험대였다. 그러나 김정환의 지적처럼, 헌재는 방조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핵심 질문을 남겼다. 이는 헌재가 부담을 덜기 위해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더 큰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재는 법적 판단을 통해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덕수 사건에서 드러난 모호함은, 앞으로의 결정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요구한다. 김정환의 비판은 헌재가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책임을 상기시킨다. 비상계엄의 진실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