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가짜노동과 좀비기업의 실태
한국 경제는 한때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머물며 선진국 문턱에서 정체된 모습입니다. 노동생산성 하락, 가짜노동 확산, 좀비기업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실태와 해결 방안을 탐구합니다.
성장 정체의 현실
한국은 2014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까지도 4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도약하는 데 4년, 일본은 3년이 걸렸던 반면, 한국은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과거 한국을 성장 슈퍼스타로 칭찬했지만, 이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며 잠재성장률마저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에 1.1%, 2040년대에는 0.6%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이는 경제의 역동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010년대 3%대에서 최근 1%대로 내려앉았습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2.8%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을 앞섰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산업 구조와 기업 경쟁력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과거의 고속 성장 모델로 돌아갈 수 없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가짜노동의 확산
가짜노동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노동을 뜻합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3년 기준 41.1달러로, OECD 평균인 54.7달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는 미국(78.3달러)이나 독일(68.9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낮은 생산성이 고용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점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가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은 건설 현장의 70%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잠식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균 일당 20만 원을 받으며, 한 달에 400만~500만 원을 벌어갑니다. 이는 베트남 등지에서 엘리트 직업군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입니다. 반면, 내국인 노동자들은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내국인 구인난을 이유로 외국인 고용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노동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불법 체류자든 합법 체류자든, 건설업과 같은 단순 노무직에 집중된 외국인 노동은 기술 혁신이나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미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좀비기업의 득실
좀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기업을 의미합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사 5곳 중 1곳, 약 363개사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상태입니다. 이들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연명하며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들은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좀비기업 문제는 상장 문턱이 낮아 신규 기업이 유입되는 반면, 부실 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발생합니다. 2021년 1,532개였던 코스닥 상장사는 2024년 1,771개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3% 하락했습니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상장사가 9.8% 감소했음에도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KDI 연구에 따르면, 좀비기업의 자산 비중을 10% 줄이면 정상 기업의 고용이 11만 명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조선, 건설, 해운 등 수익성이 약화된 업종에서 부실 기업이 두드러지며, 이들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와 해결 방안
한국 경제의 성장 정체는 단순히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규제와 관행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감한 구조조정은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악화를 우려해 실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산업 재편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이 경제를 이끌지만, 한국은 여전히 전통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몇 가지를 제안합니다. 우선, 좀비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를 연내 발표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기업에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서강대 이윤수 교수는 좀비기업 지원 대신 새로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위한 전환
한국 경제는 이제 변화를 맞이할 시점입니다. 과거의 성공 모델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적 의지가 뒷받침된다면, 선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가짜노동과 좀비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성장률 0%대의 현실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