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란 무엇인가요?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대출을 통해 받는 금리와 예금에 지급하는 금리 간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이 차이는 은행 수익의 핵심 지표로, 숫자가 클수록 은행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최근 이 차이가 급격히 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과거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과 은행의 금리 조정 방식이 맞물린 결과로 보입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0.87%였던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025년 2월 1.57%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1년 만에 약 80%가량 증가한 수치로, 소비자와 은행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발생한 걸까요? 아래에서 그 원인과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와 예금금리의 급락
한국은행은 2024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취해진 조치였지만, 그 효과가 예금금리에 먼저 반영되었습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즉각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췄고, 현재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예금금리는 2%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부 은행은 심지어 1%대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024년 말 신한은행의 예대금리차는 0.98%포인트였으나, 2025년 초에는 1%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예금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어 이익을 극대화할 기회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예금으로 얻는 이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 왜 그대로일까?
예금금리가 급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은행이 금리 인하의 혜택을 대출 고객에게 온전히 돌려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합니다. 첫째,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여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5년 2월 기준, 케이뱅크의 평균 대출자 신용점수는 952점에 달했고, 광주은행도 920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대출 대상이 우량 고객으로 쏠리며 금리 하락 요인을 줄인 결과입니다.
둘째, 은행이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금리 대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2024년 11월, 주요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두 달 연속 확대되자 정부는 금리 경쟁을 촉진하라는 주문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소폭 조정하는 데 그쳤고,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이는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은행 수익의 이면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24년 기준, 신한은행은 3조 695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예대금리차가 가장 작은 0.98%포인트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와 ELS 손실 방어로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반면, KB국민은행(1.25%포인트)과 NH농협은행(1.33%포인트)은 더 큰 예대금리차를 바탕으로 각각 3조 2518억 원, 1조 807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이익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금금리 하락으로 자산 증식이 어려워진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두고 은행이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소비자 쏠림 현상과 그 여파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대출 시장에서는 고신용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에게 대출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주은행은 2024년 2월 877점이던 평균 신용점수가 2025년 2월 920점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약 43점 증가한 수치로, 대출 문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중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이들은 더 높은 금리의 대안 금융을 찾게 되고, 결국 가계 부채 부담이 가중됩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금리 경쟁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은행의 보수적인 태도가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예대금리차 확대는 단기적으로 은행 수익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하락과 금융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고, 금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2023년 금융위원회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와 전세대출 금리 공시를 추가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은행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대금리차를 줄이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정책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2025년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에 따라 이 문제는 더 큰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은행과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