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의 서막… FTA가 한국을 지켜줄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관세 전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전 세계 경제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방패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과연 FTA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최신 통상 동향과 한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파장
2025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이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적자 해소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한미 FTA를 체결한 국가로,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고려할 때, 간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관세 장벽에 부딪히면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중국과의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습니다.
FTA의 역할과 한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한국은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GDP의 약 80%를 커버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주요 협정으로는 한미 FTA, 한EU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협정들은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며, 수입 품목의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전쟁에서 FTA가 한국을 완벽히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첫째, FTA는 양자 간 합의에 기반하므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3국에 부과하는 관세 정책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 간 무역에서만 관세 혜택을 보장하며, 멕시코나 중국과의 교역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FTA의 혜택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생산한 부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원산지 규정에 따라 FTA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강한 압박을 가한 전례가 있습니다. 2018년 재협상 당시 미국은 자동차 수출 쿼터 확대와 철강 관세 면제 조건을 요구하며 한국에 불리한 조항을 관철시켰습니다. 이처럼 FTA가 안정적인 보호막으로 작동하기보다는 강대국의 통상 압력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한계로 지적됩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먼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주요 교역국의 수요 감소는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외경제 규모는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과 중국은 각각 수출 비중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줍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미국 내부로 이전하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며, 단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수입품 가격 상승이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중국산 전자제품이나 원자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내 제조업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FTA를 통해 수입되는 품목이 일부 영향을 덜 받더라도, 글로벌 시장 전체의 가격 변동성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응 방안과 미래 전망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FTA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RCEP와 같은 다자 협정을 통해 아시아 지역 내 교역을 강화하고, 중남미나 신흥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통해 이러한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입니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생산 구조를 재편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로 생산 기지를 확대하면 중국이나 멕시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통상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은 한미 FTA를 지렛대로 활용해 추가적인 압박을 방어해야 합니다.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통상 환경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면, 관세 전쟁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질서의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한국은 FTA라는 기존 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유연하고 선제적인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철저한 준비와 신속한 실행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