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와 한미 FTA 폐기 가능성: 한국에 미칠 파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과 미국 간 경제적 협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협정입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강한 비판과 변화를 예고하며, 한미 FTA의 운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 책상에 한미 FTA 폐기 서류가 다시 올라온다면, 이는 양국 경제와 외교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글에서는 한미 FTA의 역사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그 가능성과 결과를 살펴봅니다.
한미 FTA의 시작과 의미
한미 FTA는 2007년 4월 2일 타결된 이후, 2011년 11월 22일 한국 국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15일 정식 발효되었습니다. 이 협정은 양국 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관세 장벽을 낮추고, 투자를 촉진하며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49백만 소비자 시장을, 한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시장을 보다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 역시 농업, 금융 서비스 등 분야에서 이득을 취하며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발효 이후 지난 10여 년간 양국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하며, 한미 FTA는 안정적인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트럼프 1기와 한미 FTA 폐기 위기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부터 한미 FTA를 포함한 기존 무역협정을 비판하며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는 취임 후인 2017년 9월, 백악관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한국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이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의 의지가 협상 전략인지 실제 폐기 의도인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북핵 문제로 한미 공조가 절실했던 시점에, 무역 갈등이 동맹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트럼프는 폐기 대신 재협상을 선택했고,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개정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개정안은 미국산 픽업트럭 관세 철폐를 2041년까지 연장하고,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를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트럼프 2기와 폐기 가능성 재조명
2025년 1월 트럼프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 FTA 폐기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강경한 통상정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시사저널e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재기용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협상 또는 폐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300억 달러 수준으로, 이는 트럼프가 문제 삼을 만한 수치입니다. 그는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단행한 전례가 있어, 한미 FTA에 대한 강한 압박이 예상됩니다.
폐기 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만약 한미 FTA가 폐기된다면 한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15%를 차지하며, 자동차와 반도체가 주요 품목입니다. 관세가 부활하면 이들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미국 내 생산력이 강해 관세 인상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반도체는 미국의 자체 생산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수출 의존도가 높아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며 국내 농가에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2017년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미 FTA 폐기는 미국에도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상호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외교와 안보에 미치는 파장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 협정을 넘어 동맹 관계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폐기가 현실화되면 북핵 문제와 같은 안보 이슈에서의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017년 트럼프의 폐기 지시 당시, 백악관 내부에서도 북핵 대응을 위해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가 강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전략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대응 방안
트럼프의 통상정책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미국 내 이해관계자 설득이 중요합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농업계는 과거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한 바 있으며, 이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둘째, 농산물 시장 개방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제한적 개방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자 무역협정을 강화하며 대미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한중 FTA,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은 대안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론: 불확실성 속 대비
트럼프 책상에 한미 FTA 폐기 서류가 다시 올라온다면, 이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중대한 변화를 예고합니다. 경제적 손실과 동맹 관계의 균열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책이 협상용 카드인지, 실제 폐기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한국은 과거 재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냉정히 상황을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