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의 강세가 K반도체 HBM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브로드컴의 눈에 띄는 실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성장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의 성과에 힘입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브로드컴의 실적 호조가 어떤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브로드컴 실적 호조의 배경
브로드컴은 2025년 3월 기준으로 지난 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이 149억 달러(약 21조 6천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46억 달러를 상회하는 결과로, 순이익은 55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동기(13억 3천만 달러)보다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주로 AI 반도체와 주문형 반도체(ASIC) 사업의 성장에서 비롯됩니다. 브로드컴의 CEO 호크 탄은 “AI 관련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 개발에 나서면서 브로드컴의 ASIC 사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AI 관련 매출은 4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7% 증가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높은 가격과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브로드컴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브로드컴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HBM과 브로드컴의 관계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AI와 고성능 컴퓨팅(HPC)에서 필수적인 부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HBM은 여러 D램을 적층하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속도와 용량을 대폭 개선한 메모리입니다. 브로드컴은 이러한 HBM을 자사의 AI 가속기와 ASIC에 활용하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브로드컴과 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2025년 하반기부터 대량 납품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브로드컴과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며, HBM3E와 차세대 HBM4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이 맞춤형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면서 HBM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브로드컴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HBM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엔비디아에 이어 브로드컴이라는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브로드컴에 HBM3E를 공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AI 연산 보드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인증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브로드컴과의 협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HBM3E와 HBM4를 공급하며 엔비디아 외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변화와 K반도체의 역할
AI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GPU 중심의 범용 AI 가속기를 주도해 왔다면, 브로드컴은 ASIC을 통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맞춤형 AI 가속기 시장은 2027년까지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 과정에서 HBM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수요 증가로 인해 HBM 공급 물량이 확대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수익성과 기술력 모두에서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동반 성장
브로드컴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은 장비 업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HBM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유진테크, HPSP,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성엔지니어링은 2024년 매출이 44% 증가한 4,094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26% 급등한 943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HBM 공정에 필요한 증착 장비 수요가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처럼 HBM 수요 증가는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 장비 업체들은 브로드컴과 K반도체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과 과제
브로드컴의 실적 호조는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 흐름을 활용해 HBM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HBM4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브로드컴과 삼성전자 간의 과거 법적 분쟁과 같은 변수는 협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부품 공급 조건을 강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협력의 속도와 규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브로드컴의 강세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통해 AI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기회를 얻었으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