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의 새로운 바람, 소액주주 목소리 커질까

집중투표제의 새로운 바람, 소액주주 목소리 커질까

집중투표제의 새로운 바람, 소액주주 목소리 커질까

최근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의에서 집중투표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이 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와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집중투표제의 개념과 역사, 최근 동향, 그리고 기업과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집중투표제란 무엇인가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한 주주가 100주를 보유하고 있고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그 주주는 총 300표의 의결권을 갖게 됩니다. 이 의결권은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도 있고, 여러 후보에게 나누어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단순투표제, 즉 1주당 1표를 주는 방식과 달리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사를 이사회에 반영할 기회를 늘려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이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소수주주권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했으나, 기업이 정관을 통해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5% 미만에 불과합니다.

고려아연 사태와 집중투표제 논란

2025년 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집중투표제 논의를 다시 불붙였습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상정하며 소액주주와의 연대를 강화하려 했습니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이 사건은 집중투표제가 기업 경영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 변경 시 3% 초과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됩니다. 최 회장 측은 다수의 소액주주 지분을 활용해 의결권 우위를 점하려 했고, MBK·영풍 측은 대주주 지분이 제한되며 불리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법원은 결국 집중투표제 도입을 인정하며 소액주주 권익 강화의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 커지다

고려아연 사태 이후 소액주주 단체들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환영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주주행동플랫폼 액트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연대는 코웨이, DB하이텍, 롯데쇼핑 등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같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도 이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키고자 합니다. 이는 기업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아닌 장기적 성장과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기업들의 우려와 반발

반면,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확대에 우려를 표합니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장기 투자나 구조조정 같은 전략적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특히 단기 주가 상승이나 배당 확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질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외국계 자본이나 투기 세력의 경영 간섭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과거 상법 개정 논의에서도 비슷한 반대 의견이 있었고,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려아연 사태는 이러한 갈등이 현실로 드러난 사례로 평가됩니다.

최근 상법 개정 움직임

2024년과 2025년 국회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이는 기존에 기업 자율에 맡겼던 방식을 넘어 강제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거나 이사 보수 공개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이러한 개정을 추진하며, 저성과 기업의 퇴출과 시장 신뢰도 제고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기업 간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집중투표제의 미래 전망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려아연 사태를 계기로 이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된다면, 다른 상장사에도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며 주주 권리 의식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다만, 제도 도입이 기업 운영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대주주 간 협의가 가능하도록 중재 방안을 마련하거나, 의무화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는 주주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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